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경제계와 시민단체가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6일 정치권에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한 데 이어 29일 국회까지 방문해 법안에 제동을 걸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전경련 해체’를 주장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16개 단체 인사들이 연대하고 있는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 전경련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재벌 대기업들의 온갖 불법 노동탄압, 불공정행위 등을 감싸는 데 급급한 행태를 보이는 경제5단체의 탐욕과 독식의 논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경제민주화 정책을 무산시키는 데 골몰하는 전경련은 해체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16개 단체 인사들이 연대하고 있는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29 오전 여의도 전경련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를 방해하는 경제5단체를 규탄하고 전경련 해체를 촉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본부 공동 사무처장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민생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른바 경제5단체가 본격적으로 경제민주화 정책 실현을 방해하고 나섰다”며 “이들은 국민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까지 대부분 반대하며,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국회와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통과가 논의되고 있는 법률들은 경제민주화 법안 중에서도 최소한의 내용으로, 경제민주화의 핵심 법안들이라고 보기도 어려움에도 경제5단체의 과잉대응은 경제민주화와 노동권 강화를 모두 좌초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며 “해당 상임위에서 몇 년, 몇 개월을 논의해 올라온 법들에 새누리당은 재논의를 주장하거나, 법사위 차원에서 제동을 걸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26일 경제5단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긴급 회동을 갖고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며 입을 모았다. 경제5단체는 29일 오전에도 국회를 찾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과 면담하고 경제민주화 법안 재논의와 일부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민주화 법안 중 경제5단체의 반발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계류 중인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화학물질관리법안은 지난해 9월 구미 산단 내 불산 누출 사고 발생 후 연이은 화학 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 국회 환노위에서 관련법을 개정해 통과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새누리당의 이의 제기로 현재 상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 환노위원들은 “화학물질관리법 대안은 ‘여·야 6인 합의체’에서 우선 처리 법안으로 지정하고 환노위에서 여·야 간사 합의로 긴급 안건으로 상정돼 의결된 법안”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늦출 수 없는 개정 법안을 법사위에서는 즉시 4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조치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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