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식소매상으로서 ‘새 정치’를 시작했다. 그는 자유로운 시민 신분으로 현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에 대한 소신 있는 지적과 조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유 전 장관은 26일 오후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어떻게 보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소통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소통을 하고 있다”며 “자신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불통이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한 폭력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성공적으로 소통해 1600만 가까운 표를 받아 대통령이 되지 않았냐”며 “비판을 하려면 현재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소통하고, 그런 방식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근거를 들어 비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오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강성원
 
유 전 장관은 4·24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는 “안 의원이 새 정치를 하겠다고 위험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정치권에 뛰어들었는데 솔직히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이 안 의원에 대해 연구하게 하여선 안 되고 척 보면 알 수 있게 해 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의 신당 창당에 행보에 대해서도 “안 의원이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강력한 제3당을 만들려고 하는데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양 쪽 모두로부터 엄청난 포화를 견디고 유지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일 성공한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지만 정당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간부들 없이 당원만 모집해서는 신당 창당이 힘들다”고 조언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월 발간한 자전적 에세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안 의원에 대해 “권력투쟁으로서 정치가 내포한 비루함과 야수성을 인내하고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를 결집하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80%에 육박하는 두 거대 정당의 시장 점유율을 무너뜨릴 의지나 계획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오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강성원
 
유 전 장관은 또 진보든 보수든 안정된 정치 지형이 완성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치적 성향과 이상, 방향성을 중심으로 정당과 정파가 형성되기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가 너무도 일천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치권 안에 파벌과 정파주의가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지금의 정파구조는 신념이나 이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친한 정치인끼리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 친목 단체임에도 정견을 가진 정파를 흉내 내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주장이 난무하는 작금의 언론 현실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주장을 하는 칼럼들을 보면 슬프다”며 “아무런 논거가 없는 주장은 인상 비판, 감정의 배설이지 비평이 아니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그는 변희재나 일간베스트(일베) 등 극우·마초 성향을 보이는 집단에 대해서는 측은지심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보기에 괴상한 오타쿠 같은 사람도 일본 총리를 하고 변희재와 낸시랭도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며 “사회적 병리 현상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법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들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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