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량서비스 노사가 25일 밤 극적 합의를 이뤘다. 40일간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분회장 이향복) 파업도 끝이 났다. 방송사내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차별철폐를 위한 작은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S 차량서비스 노사는 25일 기자회견과 KBS본관 앞 연좌농성, 촛불집회를 거치며 이날 밤까지 대치상태에 있었다. 지난 24일 협상이 결렬되자 언론노조는 KBS본사에 직접교섭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KBS차량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KBS비즈니스 측은 25일 오후 노조에 협상을 제안했다. 협상에서 KBS 비즈니스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날 밤 10시30분 경 잠정합의안이 나와 노사 대표가 서명했다. 박은열 차량서비스 사장은 아무 말없이 서명한 뒤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는 300여 명의 (주)방송차량서비스 운전자에게 2억2500만 원을 지난해 격려금조로 공평하게 분배하고, 올해 1월 1일부터는 해당 액수를 임금인상분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는 월 8만 원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의미한다. 노사는 파업종료 이후 회사가 인사를 공평하게 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 노동자들이 파업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번 파업은 2012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것으로, 요구안은 임금인상에서 비정규직 철폐 구호로 확산됐다. KBS의 손자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운전노동자는 약 310여 명. 이중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은 182명이며, 90% 가량이 파업에 참여했고 합의를 이룬 어제까지 양 120여 명이 대오를 유지했다. 이번 파업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방송사내 비정규직의 실상을 알리고 처우개선을 요구해 일정부분의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이향복 KBS분회장은 “조합원 대부분이 파업을 하면서 왜 노동조합이 중요한지 알게 됐다.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 왜 필요한지도 알게 됐다”며 “이번 투쟁을 통해 돈보다 중요한 자존심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향복 분회장은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결과가 가능했다. 이번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정규직화를 위한 싸움에 나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KBS분회와 함께 투쟁에 연대해온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KBS분회의 노동자로서의 단결된 모습에 비정규직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봤다”며 소회를 밝혔다. 강성남 위원장은 “방송사고용형태의 상당수는 비정규직 착취로 구조화됐다”며 “언론노조 차원에서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