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사교육업체와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수능자료를 불법 수집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높은 와중에 일부 언론사는 사교육 팽창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사교육 시장에 편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래에 사교육 폐단의 원흉으로 떠오른 H교육의 경우 주요 언론들과 ‘특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언론사는 H교육 지분을 실제로 보유하기도 하고 광고비를 받으며 이 업체가 주관하는 각종 전국단위 경시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1일 작성된 H교육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디지틀 조선일보가 H교육의 5대 주주로서 4.35%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H교육이 실질적으로 주관하는 3개의 경시대회 중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와 한국수학인증시험(KMC)은 동아일보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전국 초·중 영어·수학학력평가는 중앙일보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H교육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3개 언론사에 대해서는 연중 수차례 광고도 싣는다.

   
▲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누리집에서 갈무리.
 
이 같은 언론과 사교육업체와의 유착 관계뿐만 아니라 직접 입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언론사도 있었다. 조선일보 교육법인 조선에듀케이션은 지난 2월 ‘맛있는 공부’ 수시 전문 학원 목동 캠퍼스를 개원했다. 조선에듀케이션은 이 학원을 “명문대학으로 가는 가장 안전하고 넓은 길이며 학부모들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학원”이라고 소개했다.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대놓고 대학 서열을 강조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 강좌는 ‘SKY 반’과 ‘명문대 반’으로 나눠 입학자격도 인문계 SKY 반은 내신 2등급 이내, 언어·수리·외국어 등급합 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교과 영역인 수리와 과학 심층반도 개설했으며 중학생을 위한 선행반 과정도 마련했다. 선행학습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한 ‘선행학습 금지법안’에 반대 입장을 펴고 있는 조선일보의 논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양승규 맛있는공부 수시 전문 학원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10명 이하의 소수 정예로 서울·연고대 지원 학생과 중앙대 등 지원 실력을 가진 학생을 나눠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며 “조선일보와 교육법인은 하는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학원 설립 취지 자체가 욕을 먹는 것은 알고 있다”며 “법인 대표도 조선일보 교육법인 이름에 먹칠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어 수익창출 목적보다는 학부모를 위한 입시설명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에듀케이션 맛있는공부 수시 전문 학원 강의시간표.
 
비교과 영역 위주이긴 하지만 중앙일보와 한겨레도 사교육의 폐해를 부르짖던 평소 논조와 달리 입시 사교육에 동참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교육법인 다빈치교육센터는 대입 수시나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SKY in’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또 한겨레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하!한겨레교육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좌는 독서와 논술 등 비교과 영역이 주를 이루지만 ‘수학교실’과 학부모 워크숍, 자기소개서 작성법 특강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한겨레의 경우 사교육 경쟁을 지적하고 감시하는 보도를 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사교육 시장에 어떻게든 발을 들여 놓은 것이 온당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겨레교육센터 관계자는 “한겨레신문의 성향과 교육센터 운영과는 전혀 연관돼 있지 않고 업무 교류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은철 센터장은 “독서와 논술은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안적 교육 성격이고 수학은 학부모와 학생의 수요에 따른 것”이라며 “선비처럼 수익적 측면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과도하지 않게 교육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이 줄 세우기식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과열을 지적하기보다는 학교 서열을 부추기거나 사교육 시장에 편승해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언론사는 공적인 기능을 담당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 오히려 교육 섹션을 자회사로 분리하면서 사교육업체의 광고를 실어주고 있다”며 “학원을 직접 운영하는 언론사도 있는데 이는 보수언론뿐만 아니라 언론 전체에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박이선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정책위원장도 “언론사가 입시 학원을 운영하면서 수학, 과학을 가르치는가 하면 학습지 회사와 손잡는 등 문제가 많다”며 “언론은 끊임없이 기사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면서 이를 사교육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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