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강호동으로는 안 되는 걸까. 강호동이 택한 예능프로그램마다 하나같이 ‘강호동 효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고정된 캐릭터 탓에 프로그램에 새로움이 없어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있고, 공백기를 극복하고 이제 감을 찾아 치고 올라가는 중이라는 평가도 있다. 

강호동은 탈세논란으로 KBS <1박 2일>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약 1년 뒤인 2012년 11월 복귀했다. 그는 지난 6개월 간 MBC <무릎팍도사>, KBS <달빛프린스>(종영), KBS <우리동네 예체능>, SBS <스타킹>, SBS <맨발의 친구들> 등 총 5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택했으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MBC <무릎팍도사>는 지난 11일 방송에서 6.4%, 18일 방송에선 4.9%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워쇼스키 남매와 초난강 등 해외스타를 비롯해 정우성, 박주미 등 다양한 인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과거 시청률 20%를 넘나들었던 영향력에 비춰보면 예전만 못하다.

   
▲ KBS <우리동네 예체능> 한 장면.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은 지난 23일 방송에서 시청률 7%를 기록했다. 16일 방송분은 6.5%, 9일 방송문은 6.2% 시청률을 나타냈다. 점차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점에선 고무적이지만 <1박 2일>에서 이수근과 함께 시청률 30%대를 기록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기대만큼의 결과는 아니다.

물론 동시간대 전작인 <달빛프린스>에 비해선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강호동의 KBS 복귀작이자 책을 주제로 한 새로운 토크쇼 포맷으로 관심을 모았던 <달빛프린스>는 2개월 만에 폐지됐다. 첫회 시청률은 5.7%, 마지막회 시청률은 3.3%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매회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강호동의 SBS 일요예능 복귀작인 <맨발의 친구들>의 경우도 21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5.6%에 그쳤다. 해외에서 무일푼으로 생활하는 포맷인데 ‘고생 버라이어티’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강호동이 “맨발의~친구들!” 구호를 외칠 때는 “1박~2일!”의 구호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나마 <스타킹>이 두 자릿수 시청률로 나타내고 있지만 <스타킹>에서 강호동의 영향력은 미비하다.

시청자들이 강호동을 외면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강호동은 본인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리더형 MC인데 최근 예능은 시청자가 출연자를 관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강호동에게 캐릭터의 변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유재석이 기존의 깐죽 캐릭터에서 시어머니 캐릭터를 추가하고 신동엽이 진화된 19금 개그를 선보이는 반면, 강호동은 여전히 ‘1박 2일’ 당시의 형님 캐릭터를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 SBS <우리동네 예체능> 한 장면.
 
김교석 평론가는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을 프로그램에서 지우며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 이제 강호동 때문에 프로그램이 잘 될 수 있다고 말하기엔 곤란해진 상황이 됐다”고 지적한 뒤 “강호동은 특유의 에너지로 진행하던 기존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이미 왔고 지금은 계속 프로그램과 부딪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편성채널 탄생과 케이블방송의 약진 등 방송환경 변화에 따라 더 이상 강호동과 같은 예능인 개인의 힘으로 프로그램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방송사의 예능국 간부는 “주말 예능은 제작비 물량공세로 여전히 지상파 영향력이 있지만 평일 밤 예능은 종편과 케이블에게 일정부분 파이를 빼앗겼다”며 “앞으로 밤 시간대는 지상파라 해도 시청률 10%를 넘기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평일 밤은 누가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예컨대 시청패턴이 다양해져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강호동이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유재석 또한 월요일 밤 <놀러와> 폐지란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선 강호동 출연프로그램 부진의 원인은 포맷 자체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예능국 간부는 그러나 “강호동의 캐릭터가 달라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지만 주말 예능에선 (강호동의) 폭발력이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 예측했다.

강호동이 점차 회복세라는 지적도 있다. 이승한 TV평론가는 “그가 승부를 보는 포맷에 강한 점에 미뤄 볼 때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이 제일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한 뒤 “<무릎팍 도사> 또한 점점 감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강호동은 이미 최저점은 쳤다”며 이제 이전의 명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반면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강호동이 현재 위기인 것은 확실하고 앞으로 몇 번의 기회가 더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제 강호동은 예능의 중심인 일요예능에서 <맨발의 친구들>을 통해 본인의 진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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