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량서비스 운전자 파업이 25일로 40일을 넘긴 가운데 전국언론노조가 KBS 길환영 사장을 상대로 “비정규직 생존권 보장 요구를 무시하는 KBS에 전면 투쟁을 선포한다”며 직접교섭 의사를 밝혔다. KBS 비정규노동자의 투쟁이 ‘언론노조 대 KBS’로 번지고 있다. 

KBS 자회사인 KBS비즈니스의 자회사(일명 손자회사) 방송차량서비스 소속 운전노동자 150여명은 임금인상 및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노동자들이 속한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는 임금 5.4%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23일 저녁 임금인상 재원으로 2억 2천 5백 만 원을 사용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루었으나 24일 최종 교섭 자리에 박은열 사장이 나타나지 않고 사측은 해당 금액을 일시 격려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에 언론노조는 25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청원경찰들의 제지 속에 어렵게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차량운전 노동자들은 KBS 직원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하고, 차량운전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조건에 KBS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KBS는 방송차량서비스 파업이 노사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하며 KBS와의 직접교섭의지를 밝혔다.

   
▲ 4월 25일 KBS 차량운전노동자들이 본관에 진입하려 하자 KBS 청원경찰들이 본관 정문을 막아 몸싸움이 이어지는 모습.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KBS 차량서비스 운전노동자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다 청원경찰에게 끌려나오는 모습.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방송차량서비스 사측은 현재 직장폐쇄를 예고했으며 말 바꾸기 이후 노사 교섭에도 불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파업을 막기 위해서는 KBS분회의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와 실질적인 차량서비스 사용자인 KBS 본사가 협상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노조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외면하는 공영방송은 국민에게 수신료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없다”며 KBS 사측을 비판하고 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운전노동자들은 최저임금수준의 기본급을 받으며 일해도 공영방송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마음에 자긍심 갖고 있었지만 KBS는 격려금이나 받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폄훼하며 그들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강성남 위원장은 “KBS분회에 위임된 교섭권을 회수해 원천 실질 사용자인 KBS 길환영 사장을 상대로 직접 교섭에 나서 이 사회에서 땅에 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사측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교섭에 응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자회사 노사관계까지 담당할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KBS 청원경찰들은 이날 오전 11시 경 본관 내 보도 블록에서는 기자회견을 할 수 없다며 언론노조 집행부를 도로로 내몰아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때 심한 몸싸움이 있었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 이후 KBS측에 직접교섭 요청 공문을 보내기 위해 본관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박은열 사장이 본관 내에 있는 모습을 보고 진입하려다 청경과 다시 한 번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후 연좌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은 오후 4시 경 청경에 의해 모두 끌려 내려왔다. 언론노조는 오후 7시 본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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