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선행학습 금지법안’이 최근 제출되자 사교육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시민단체는 학원업계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대변하며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일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 갈등이 확산되고 잇다. 

지난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학원, 개인교습 등의 선행학습을 금지한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도 23일 국무회의에서 “교과서 외에는 절대로 (시험에) 출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시험을 규제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시사했다.

   
▲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특히 이상민 의원을 포함해 29명의 의원이 발의한 선행교육 금지법의 경우 사교육 시장에서도 선행학습을 규제했다는 점에서 학원업계의 반발이 크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 19일 선행교육 금지법을 발의한 이 의원 국회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고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법으로 사기업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까지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의원 홈페이지에는 선행교육 금지법에 반대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본인을 학원장이라고 소개한 이병래씨는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 경감 및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선행교육을 규제하자는 데는 이의가 없다”면서도 “공교육의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에 대한 일률적 법률제한은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소지가 있으며, 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 논란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수목적고 입시와 영재교육원 대비 등 선행학습 수업을 10년 이상 하고 있다는 신현승씨는 “입시학원장의 경험에서 볼 때 대부분의 선행학습은 효과가 없으며 도리어 학습 습관을 망치는 결과만 나올 뿐”이라며 “아이들의 선행학습에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능력을 쌓아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행학습은 불량식품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능력을 쌓이면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복습 중심으로 학습력을 길러 스스로 선행이 필요한 아이로 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선행교육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학원업계의 생계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불필요하고 학교 교육을 망치는 선행교육 상품 판매를 계속 허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원 선행교육 상품 규제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특별법을 통해 얻어질 결과가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필수 전제”라고 강조했다.

사교육걱정은 “대다수 아이들을 통해 교실에 쓰나미처럼 몰려든 학원 선행교육 프로그램 때문에 학교는 휘청거리고 교사는 넋을 놓고 있다”며 “만일 학원업계 반발로 법률 제정이 무산된다면, 학원 산업은 국민에게 아이들 학습을 도와주는 존재가 아닌 아이들 고통에 기대 생존을 도모하는 집단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과 핀란드 등 교육선진국에서는 선행학습이 다른 아이들보다 미리 공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고, 정상적인 진도에 맞춰서 공부하려는 아이들과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규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교육개발원 ‘선행학습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견줘 성적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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