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웹사이트의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운영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일보가 24일자 단독보도를 통해 일베 운영자 ‘새부’를 인터뷰한 겁니다. 일베 운영자는 현직 의사라고 합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새부는 “병원 동료들에게도 자신이 ‘일베’ 운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낮에는 의사, 밤에는 일베 운영자”로 살아왔다고 합니다.

조선일보의 새부 인터뷰는 인터넷과 SNS 상에서 큰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우선 새부가 “의대 교수가 돼야 하는데 내가 일베 운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평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일베 운영자조차 일밍아웃(자신이 일베 유저라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의미의 은어)을 꺼린다는 겁니다.

   
조선일보 캡처
 
이어 새부는 일베 사이트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인터넷 업자를 만나고 있다, 12억에 팔려고 한다 등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베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 일베 유저는 “일베 경술국치”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일베 게시판은 일베 매각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논하는 글들과 운영자 새부를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가 됐습니다.

   
 
 
분노한 일베 유저들은 운영자 새부의 신상을 털기 시작했습니다. 일베유저들은 새부의 이름과 신상정보, 그가 어느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알아내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일베유저들이 새부를 공격한 글 중 일부가 지워졌다고 합니다. 몇몇 일베 유저들은 운영자가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지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매각 자체보다 '왜' 매각되었는지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일베의 친구 변희재씨가 이에 대해 한 마디 남겼네요. 여기저기 소송에 시달려 일베 운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가설입니다. 조선일보는 "일베가 과도한 편향성을 지니게 되자 부담스러워 매각을 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일베 게시판에는 "친노종북주의자들이 운영자에게 소송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럼 일베를 누가 사는 걸까요? 많은 일베 유저들이 '좌좀(좌파좀비의 줄임말로 좌파를 비하하는 단어)'이 일베를 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돈 많은 갑부 좌좀이 샀으면 끝장” “혹시라도 일베가 좌좀에게 팔렸을 경우를 대비하자” 일베와 정치성향이 다른 좌파 인사(?)가 일베를 사버리면 일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베가 좌파 인사에게 팔린 이후의 상황을 패러디하는 글들도 올라왔습니다. 일베 유저들은 일베가 좌파들에게 넘어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난하는 글과 특정 지역 및 특정 계층을 혐오하는 내용의 글들이 사라지지 않을지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한 일베유저가 '일베가 매각된 이후'를 가정해 만든 짤방. 지금 일베의 모습과는 완전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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