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교육업체와 언론사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지만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학교 서열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에서 일제고사로 전환돼 당시에도 학교 간 과열 경쟁과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입시분석 전문 사교육업체인 (주)ㅇㅇ교육은 언론사들과 공동으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까지 전수 조사해 순위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제고사의 부작용이 현실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업체는 일제고사 결과를 분석해, 학교 간 순위를 매긴 것은 물론,  회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주요 대학 진학 가능도까지 자료화해 컨설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12년 10월 ㅇㅇ교육의 특목고 입시설명회에서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력 수준과 주요대 지원 가능 수준을 보여주는 iFlash 컨설팅으로 학교별수준 정보를 제공했다.
 
지난 18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ㅇㅇ교육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명문대 합격률, 의·치·한의대 합격률 등으로 고교를 서열화하여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학업성취도 결과로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의 순위도 정하고 있다”며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서열화해, 그 결과를 자사 입시 컨설팅에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임성호 ㅇㅇ교육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6000개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결과를 우리 직원들이 일일이 엑셀 작업을 통해 1등부터 6000등까지 순위를 매겨왔다”며 “이 결과를 언론사 취재요청시 제공하기도 하고, 학부모들에게 설명해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월 20일 중앙일보는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를 주 타깃으로 발행하고 있는 ‘강남통신’ 섹션에서 ㅇㅇ교육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강남 3구의 89개 초등학교 가운데 500위 안에 드는 학교는 6곳밖에 없었다”며 학교별 학업성취도 순위를 공개했다. 중앙과 자료를 공동 분석한 ㅇㅇ교육은 지난해 전국 6304개 초등학교 중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5639개교의 순위 자료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중앙일보 강남통신 20일자에는 강남3구 25개 중학교의 학업성취도 순위도 공개했다. 중앙은 <처음 내 본 중학교 학업성취도 순위> 제하 기사에서 “전국 상위 50위권 가운데 강남 지역 중학교가 5곳이나 된다”며 “강남 3구에 있는 중학교는 명성 그대로 63곳의 절반에 가까운 29개 중학교가 서울시 상위 50위 안에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ㅇㅇ교육은 지난해 11월 동아일보와 공동으로 전국 16개 시도의 1577개 일반계 고등학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및 학업성취도 등을 종합해 학력 순위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학벌없는 사회’ 등 교육시민단체에선 동아일보에 대해 ‘고교서열화를 조장하고 교육양극화, 교육불평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구독거부운동까지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 중앙일보 2월 20일자 '강남통신' 섹션 10면, 11면.
 
이처럼 사교육업체와 언론이 학업성취도 결과로 학교 순위를 매기고 있는 것에 대해 권영일 교육부 학업성취도평가 담당 사무관은 22일 “공시된 자료라고 해도 그것을 재가공해 서열을 매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학업성취도 결과를 수집해 활용하고 보도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제재 수단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 알리미는 국가 차원에서 학교 간 경쟁만 부추기고 있어 교육의 유의미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자체를 공개하지 말아야지 이미 공개해 놓고 활용을 제약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 대표는 사설학원이 언론과 함께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언론에서 서열화해 보도하는 것은 우리가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며 “사교육업체로서 입시 관련 자료의 재해석과 분석은 정상정인 영업행위의 하나로, 비교육적 서열화 조장보다 정확한 학교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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