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올해 신입사원부터 호봉제가 아닌 연봉제를 도입할 것이란 주장이 나와 사내 논란이 예상된다. SBS는 2010년에도 신입사원 연봉제를 실시하려 했다가 노조의 강한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SBS는 지난 15일 제작·라디오·드라마PD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냈다. SBS는 공고에서 “최종합격자에게는 업무역량을 반영하는 임금제도가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SBS를 비롯한 방송3사 정규공채사원은 호봉제를 적용받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측이 밝힌 신입사원 임금제도가 연봉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SBS노조는 17일 노보를 내고 “새 임금제도란 결국 기본급 차등을 전제로 한 연봉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신입사원 연봉제가 도입되면 앞으로 수년 안에 전 사원 연봉제가 이뤄진다. 신입사원 연봉제는 장기적으로 전 사원의 임금 삭감과 노조 무력화로 이어지는 신호탄”이라고 우려했다.

연봉제는 능력에 따라 연봉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을 수 있으나 사원들이 상사의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점도 명확하다. SBS노조는 “공정하고 수준 높은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소신 있는 방송 노동자가 필요한데 윗사람의 평가에 따라 자신의 임금이 큰 폭으로 좌지우지되는 시스템이라면 원칙보다는 눈치 보기, 협업보다는 개인주의가 앞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 2011년 SBS 전사원연봉제에 반대하며 로비농성에 나섰던 SBS노조의 모습. 사진속 인물은 이윤민 당시 SBS노조위원장.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SBS는 2010년에도 신입사원 연봉제 실시를 밝혔으나 당시 노조가 1년 4개월 간 로비 농성을 벌이고 파업까지 결의한 끝에 막아낸 바 있다. 이후 SBS노사는 ‘임금제도개선TF’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노조는 임금제도개선TF에서 기본급은 그대로 두고 성과급만 차등지급하는 안을 내놨으나 사측은 차장대우 이상 사원까지 기본급 차등 연봉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신입사원 연봉제를 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이미 부장급 이상부터 연봉제를 적용받고 있으며 연봉제로 임금을 받는 사원은 전체 사원의 절반가량으로 알려졌다. SBS 내부관계자는 “경력사원 모두가 연봉제를 적용받고 있어 사내 연봉제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SBS노조는 전사원연봉제가 이뤄질 경우 언론인의 제작자율성에도 위기가 온다는 판단을 갖고 19일 대의원대회에서 대책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SBS 경영지원본부 HR(Human Resource)팀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회사는 새 임금제도가 연봉제라고 명시한 적이 없다”며 ‘연봉제 도발’ 주장이 노조 일방 의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TF에서 노조와 지속적으로 임금제도개선을 놓고 대화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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