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지난해 3000건 가까이 발생해 최근 4년 사이 무려 77%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성폭력 피해자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만2935건의 성폭력 범죄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15세 이하 아동이 피해자로 접수된 건은 2981건으로 전체 발생 건수의 13%를 차지했다. 2009년 발생한 2302건에 비하면 77.2% 늘어났다.

아울러 20세 이하 연령 대상 범죄 5827건까지 합하면 38.4%에 이른다. 현행 아동복지법에는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19세 미만을 ‘아동·청소년’이라고 정해 놓고 있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와 사법기관이 아동 성폭력 등 성범죄 방지를 위해 전자발찌, 성범죄자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를 비롯해 처벌과 양형을 강화했음에도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인권침해 논란을 빚으면서도 정작 성범죄 억제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2008-2012년 연령별 피해자 현황(출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국내에선 지난 2008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에 앞서 9월 전자발찌 제도가 시행됐고, 2010년 1월부터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서 열람하는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가 실시됐다. 같은 해 6월 또 8세 여아를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일어나자 7월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화학적 거세)가 시행됐고, 아동 성범죄 최고 형량이 무기징역까지 늘어났다.

전체 성폭력 범죄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08년에는 전국적으로 1만6395건의 성범죄가 발생했고 2011년 2만 건을 넘어섰다. 2008년부터 매년 평균 1635건씩 증가했으며 지난해엔 하루 평균 63건꼴로 성범죄가 일어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06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제주가 285건으로 가장 적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합하면 1만2627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 2008-2012년 성폭력 범죄 건수 그래프.(출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처럼 아동 성폭력을 포함한 성범죄가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경찰청 강력계 성범죄 담당자는 “성범죄 신고 비율 자체가 증가하는 추세고 음란물이 범람하는 사회 풍조로 음란물을 접하는 아동 연령이 낮아져 모방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며 “검거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성희롱과 성추행 사건은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수사절차와 환경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와 같은 처벌 강화 효과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는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술을 받은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고, 전자발찌는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인데 상당한 억제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성폭력의 근본 발생 원인은 성차별적 문화와 약자에 대한 폭력이 당연시되는 사회적 인식 때문인데 남성의 성적 충동을 원인으로 보는 정부의 처벌 정책은 원인 진단부터 잘못됐다”며 “성범죄자 신상공개 확대도 내 주변에 범죄자가 10명이라면 안전이 10배 보장된 게 아니라 불안이 10배 늘어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폭력 범죄 관련해 아무리 처벌과 양형을 강화해도 아직도 유죄 판결로 처벌받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정부는 세 가지 처벌책이 만능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며 “형사·사법 절차를 진행하는 담당자들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도 떨어져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활동가는 또 “아동 성폭력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높고 전반적으로 성범죄의 인식이 높아져 신고가 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은 통계만큼 대폭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