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지역기자가 광고영업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취재기자에게 광고영업을 맡기는 것은 사실상 언론인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전라남도 광주시청을 출입하는 조선일보 권 모 기자는 4월부터 광주권역의 광고영업업무를 겸직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기자 인원이 축소되며 기자가 불가피하게 취재업무와 함께 광고영업도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미 문제가 공론화된 상태다. 광주시청을 출입하는 A기자는 “권 기자가 광고지사장을 겸임하며 출입하는 것에 대해 기자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하며 (권 기자에게) 취재와 광고영업이 연계되지 않게끔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기자는 “여태껏 기자가 광고지사장을 겸직한 사례는 없다. 권 기자는 본의 아니게 맡게 된 측면이 있다”고 전한 뒤 “출입처에서 광고형 기사가 발생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기자 입장에선 일을 안 할 수도 없어 본인도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 전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광주시청을 출입하는 B기자는 “조선일보 경영진이 작년 7월 부산 해운대 태풍 사진 오보와 그해 9월 전남 나주 성폭행범 사진 오보 이후 지역기자들의 소속을 조선일보에서 조선뉴스프레스로 옮겼다”고 전한 뒤 “소속이 바뀌면서 지역 기자도 22명에서 17명으로 줄고 고참 기자들은 광고지사장으로 직을 옮기기도 했는데 권 기자는 기자와 광고지사장을 겸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TV조선의 경영적자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B기자는 “ 지역의 기자들 사이에서는 종편의 적자로 인해 모기업인 신문사의 경영부담을 지역기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
 
광주시청을 출입하는 C기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기자들이 용역회사 기자가 되어 광고 동냥을 하게 됐다. 모든 기자들이 황당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B기자는 “기자들의 제 1원칙이 광고로부터 독립이지만 지역에는 광고를 위한 특집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 다들 괴로워한다”고 밝힌 뒤 “광고지사장까지 겸직시켜 성과를 내라고 한다면 타사 기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청 대변인실 관계자도 “광고와 기사가 연결되는 것은 언론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한 뒤 “공식적으로 (권 기자가) 광고지사장을 겸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권 모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광고지사장 겸직 여부를 묻자 “답변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은 미디어오늘의 취재요청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불공정하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기자가 광고영업을 겸직하는 이번 사건은 조선일보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타 언론사로 번지며 언론 전체의 신뢰에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광고업무를  겸업하며 취재한다면 광고와 기사를 거래 할 위험성이 있다. 과거의 폐해로 여겨지는 시스템을 조선일보가 반복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서중 교수는 “언론인은 광고주의 영향을 받거나 광고주에게 압력을 줘선 안 되는데 취재원과 광고주가 동일해질 경우엔 언론인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조선일보측은 기사 게재 직후 조선일보사와 계약을 맺은 광고지사장은  장 아무개씨이며 권 기자를 광고지사장으로 발령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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