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언론인 조직인 국제기자연맹(IFJ) 짐 보멜라 회장이 16일 MBC·YTN등 해직언론인을 만나 이명박정부에서 후퇴한 언론자유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세계기자대회에 참석차 방한한 짐 보멜라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승호·박성호·노종면·우장균·조승호·정유신 등 해직언론인들과 만나 “여러분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즉각 복직을 촉구했다.

짐 보멜라 회장은 “해직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여러분은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며 “해직사태는 명백히 정부 측이 잘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으로도 현재 한국의 언론자유 위축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IFJ 차원에서 국제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기자연맹은 기자들로 조직된 세계 최대의 언론인 조직으로 1926년 파리에서 창립됐으며 언론자유와 기자들의 권익을 위해 110개 이상 국가 50만 명 이상의 기자들이 가입되어 있다. 한국의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1990년 IFJ에 가입했다. IFJ는 지난 2008년 YTN 공정방송투쟁 당시 6명의 기자들이 대량 해고되자 즉각 특사단을 파견해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 16일 오전 짐 보멜라 국제기자연맹 회장이 노종면 YTN 해직기자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종면 YTN 기자(2008년 해직)는 이날 짐 보멜라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무총리실에서 언론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 우리는 은폐됐던 증거문건을 확인했다”고 밝힌 뒤 “ 사찰조직 문건에선 노조에 대한 적대 행위를 자행한 배석규 사장 후보자에 대해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문건 작성이후 후보자는 사장이 됐고, 현재도 사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석규 YTN사장은 해직기자들을 복직 시킬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종면 기자는 배석규 사장을 “불법사찰의 수혜자”라고 강조한 뒤 “이명박 정부 시절 친정부적 사장은 모두 물러났지만 유일하게 배 사장만이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상황을 방관하는 박근혜 정부 또한 해직사태 장기화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유신 YTN 기자(2008년 해직)는 “BBC 같은 공영방송사가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기자들을 사찰하는 범죄가 한국에서 일어났던 것”이라며 “우리는 불법사찰사태를 바로 잡기 위해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박성호 MBC 기자(2012년 해직)는 “독재자는 떠났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김재철 MBC사장이 해임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김재철 사장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답답한 MBC 상황을 전했다. 최승호 MBC PD(2012년 해직)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사실상 대통령이 공영방송 사장을 지명하는 현재의 방식을 공정하게 바꾸겠다고 한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지난 5년간 언론자유는 추락했다. 이제 언론자유를 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밝힌 뒤 “해직 사태는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 언론 자유를 세운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짐 보멜라 회장은 “해직언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즉각 복직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도 절대 현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두 달 뒤 열리는 IFJ 총회에서 한국의 문제를 강조해 전 세계 기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연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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