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앞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가 최근 3년 새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국내에 처음 생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2010년 4명, 2011년 37명, 2012년 79명으로 매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4월 14일 현재까지 벌써 64명의 영아가 맡겨졌다.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는 그동안 입양기관을 거쳐 국내 가정으로 입양돼 왔지만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후 모두 인근 보육원에서 맡아 기르고 있다. 개정입양특례법이 출생신고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에 부담을 느낀 미혼부모들이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교회 측의 설명이다.

   
▲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앞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베이비박스는 설치 후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는 의견과 ‘영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찬반 의견이 계속 제기돼 왔다. 현행법상 연고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는 아동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담당 지자체의 조사와 병원의 검사를 거친 뒤 보호시설로 보내지게 된다. 관악구청은 2011년 10월 베이비박스의 경우 미인가 시설이고 순기능을 악용해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하고 철거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 측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부모 스스로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후적이고 소극적인 아동보호 대책만 존재하기 때문에 미혼모처럼 익명성을 보장받기 원하는 부모는 아기를 맡길 곳이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베이비박스 현상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도현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집 원장은 “베이비박스 존재 자체와 언론의 베이비박스와 관련한 긍정적 보도 관행, 입양특례법이 가진 장애 요인이 맞물려 급격하게 베이비박스를 통한 아동 유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이와 엄마를 결별시키는 베이비박스 대신 임신·출산여성 긴급지원센터와 같은 아동과 모성의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실질적 복지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2011년 체코의 베이비박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체코 정부를 상대로 아동 권리를 침해하는 베이비박스 프로그램을 조속히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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