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MBC를 떠난 최일구 전 앵커가 tvN으로 복귀했다. 그는 tvN 뉴스코너인 ‘위캔드 업데이트’ 고정MC로 발탁돼 지난 13일 방송에서 앵커로 첫 출연했다. 

이날 함께 진행을 맡은 개그우먼 안영미는 “일없다 구조된 일구님 반갑다”고 농담을 던졌고, 최 앵커는 “우여곡절 끝에 앵커석에 다시 안게 됐다. 앞으로 진행자로서 여러분의 가려운 귀를 시원하게 긁어드리는 면봉앵커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일구 전 MBC 앵커는 지난 2월 8일 사표를 냈다. 파업기간이던 2012년 2월엔 부국장 보직을 내려놓고 파업에 합류하며 MBC 후배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최일구 앵커의 파업 이후 보직간부들의 줄 사퇴가 이어졌다. 최 앵커는 파업기간 중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으며 MBC노조의 업무복귀 이후엔 재차 교육발령을 받으며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다.

최일구 앵커는 과거 MBC <뉴스데스크> 앵커시절 방송사 메인뉴스 진행의 상식을 깨는 언행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MBC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새 환경에서 얼마나 과거의 ‘영광’을 보여줄 지가 주목된다.

   
▲ 13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에 출연한 최일구 전 MBC 앵커.
 
이날 첫 방송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고유의 화법도 이어졌다. 최일구 앵커는 “남북한 간의 군사적 위험을 해외언론이 연일 톱뉴스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낮에는 벚꽃놀이, 밤에는 류현진 경기를 보며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한 뒤 “툭하면 부부싸움을 하는 집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부모가 계속 싸우면 만성이 된다. 우리 국민들 상황이 이렇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불화가 잦은 집에서 자란 자녀들은 아무리 만성이라도 상처가 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일구 앵커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놓고는 “자질 논란에 휩싸인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있다”고 전한 뒤 “인사가 만사다. 잘못된 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제가 뼈저리게 겪어봐서 좀 잘 안다”고 말했다. MBC 김재철 사장이 기자들의 권력 비판보도와 PD들의 제작 자율성을 위축시키기 위해 기용했던 무수한 간부들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최 앵커는 이어 “‘잘 모르겠는데요’ 이런 변명보다 ‘난 알아요’라고 할 수 있는 명쾌한 장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앵커는 민주통합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패배 원인을 분석한 대선평가보고서가 나온 후에 민주당이 또다시 주류와 비주류 간 내분에 휩싸였다”고 밝힌 뒤 “대선 끝난 지가 언제인제 아직도 이러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제1야당의 현재 모습, 정말 안습이다”라고 꼬집었다.

앞으로 최일구 앵커가 맡게 된 ‘위캔드 업데이트'는 정치·사회·문화 등 이슈를 보도하고 비평하는 코너다. 최 앵커는 이날 첫 방송에서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 같다. 인생 뭐 있나. 전세 아니면 월세다”라고 말해 MBC라는 전세를 떠나 월세살이를 시작한 데에 성공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파업에 동참했던 MBC의 한 PD는 “최일구 앵커나 오상진·문지애 아나운서가 사표를 내고 MBC의 경쟁력이 자꾸 하락하는 것이 걱정”이라며 “남아 있는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현재로서는 미래가 안 보이는 MBC를 떠난 그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울 것”이라 귀띔했다.

한편 이날 코너에서 등장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김슬기 분)는 최일구 앵커를 두고 “래리 킹을 따라하려는 것 같지만 옆집 순돌이 아빠같다”고 혹평해 웃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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