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술래잡기’ 편이 리얼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르가 된 추격전의 진화를 또 한 번 보여줬다. 이날 추격전에서도 주인공은 유재석이었다.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을 오가며 다져진 노하우와 자기관리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무한도전>은 과거 ‘돈을 갖고 튀어라’와 ‘여드름 브레이크’편 등을 통해 예능에서 추격전이 갖는 긴박감과 재미를 선사했다. 배신과 배신이 이어지는 스토리와 탈옥범과 경찰과의 대결구도는 방송 이후에도 ‘레전드’로 회자됐다. 이후 <무한도전>은 ‘뱀파이어 헌터’편과 ‘술래잡기’편 처럼 추격전의 여러 스타일을 개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BS <런닝맨>은 <무한도전>에서 드러났던 추격전의 재미를 뽑아 예능의 전면으로 드러내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런닝맨>은 지역의 랜드마크를 이용해 새로운 추격공간과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매회 새로운 게스트를 통해 인물간의 갈등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내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무한도전>과 <런닝맨>의 공통점은 유재석이다. 13일 ‘술래잡기’편에서는 <무한도전>과 <런닝맨>을 통해 다져진 유재석의 경험과 노련함이 더해져 추격전의 재미가 살아났다.

   
▲ 13일 술래잡기 편의 유재석. 그는 스스로 추격전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이날 방송에서 <무한도전> 일곱 명의 멤버들은 각기 하나씩의 능력을 받고, 총 7라운드로 술래잡기를 진행했다. 술래는 5분간 도망치고, 이후 30분 간 다른 멤버에게 잡히지 않아야 한다. 술래를 잡거나 내가 술래일 때 잡히지 않으면 현상금을 얻는다. 술래에서 가장 멀리 있던 사람이 다음 술래가 된다.

얼핏 복잡해보이지만 술래를 잡던 사람이 순식간에 술래가 되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선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몰입하게 된다. 다른 멤버에 비해 무기가 없었던 유재석은 ‘시민 GPS’를 이용하고, 술래 노홍철이 한강물에 몸을 던져 도망쳤을 때는 정준하와 하하 등 다른 멤버와 달리 망설임 없이 강물에 뛰어들며근성으로 잡아냈다.

이런 그를 두고 제작진은 “유재석의 무기는 유재석”이라는 자막으로 평가했다. 그에게 붙잡힌 노홍철은 “대한민국의 예능은 한 단계 발전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술래 하하가 돈을 이용해 63빌딩 꼭대기로 올라가 돈 없는 다른 멤버들이 당황했을 때는 달려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선 길에게 조력자를 이용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는 추격전 상황에서도 진행자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정준하와 길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이어 처음엔 볼 품 없었던 ‘추격시간 1/2 단축’ 무기를 마지막 7라운드에서 사용하며 극적 반전을 연출했다. 스스로를 중심으로 추격의 서사가 이뤄지게끔 만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유재석은 담당 카메라맨과 옷을 바꿔 입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줬다. 굳이 바꿔 입지 않아도 승리는 자명해보였지만, 그의 노력으로 시청자들은 카메라맨으로 분장한 그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예능의 한 회가 클라이맥스를 찍는 긴박한 순간을 스스로 연출해낸 것이다. 길과 정준하는 ‘가짜 유재석’을 쫒으며 조연 역을 해낼 수 밖에 없었다.

   
▲ 13일 '술래잡기'편 최종우승자 유재석.
 
이후엔 유재석의 예상대로였다. 다른 멤버들과 비교할 수 없는 지구력과 스피드로 뒤도 안돌아보고 질주했다.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무기는 철저한 관리로 탄생한 강한 두 다리였다. 제작진은 그에게 ‘최종병기 유재석’이란 표현을 썼다. <무한도전>의 최종병기가 유재석이란 뜻이었다.

SBS <런닝맨>에서도 유재석은 ‘유르스윌리스’, ‘유임스본드’와 같은 캐릭터를 창출해내며 끝없이 새로운 웃음과 긴장감을 줬다. 멤버들에게 판타지 능력이 부여됐던 특집에선 ‘공간을 지배하는 자’로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가 출연하는 버라이어티에서 추격전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유재석은 제작진 및 멤버들과 함께 늘 아이디어회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로 하여금 추격전은 계속 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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