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뉴스라도 어디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반응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신문 1면에 소개됐던 뉴스라도 SNS에서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신문 구석이나 방송뉴스 끄트머리에서 ‘단신’으로 언급됐던 뉴스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언론 보도가 SNS를 타고 더 널리 확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한 주간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와 SNS에서 관심을 모았던 뉴스를 비교 해보는 <뉴스와 SNS>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요즘 뉴스가 많죠. 지난주에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뉴스, 어떤 게 있을까요. 
‘단군이래 최대 규모’ 사업으로 불렸죠. 바로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인데요. 지난 8일, 코레일이 이사회를 열어 사업의 청산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2007년 시작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6년 만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어떻게 된 건지 소개부터 해주시죠.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용산역 뒤에 보시면 철도 차량 기지로 쓰이던 넓은 터가 있습니다. 코레일은 KTX 건설 사업으로 인해 지게 된 7조원의 빚을 갚기 위해 이 지역을 개발해 대규모 업무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사업자 공모를 냈습니다. 그런데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견을 보이면서 사업자 공모가 취소됐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정책, 아마 다들 기억 하실 겁니다. 오 전 시장은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발 규모를 더 키워 놓았던 건데요, 이에 따라 ‘용산국제업무지구’라는 사업 이름도 이 때 확정됐습니다. 사업 규모도 31조원 가량으로 늘어났죠. KTX 건설비용이 약 18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으실 겁니다. 

   
▲ 조선일보 4월10일자 B3면
 
 
-그동안 개발사업은 부침이 많았다고요?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부동산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된 게 큰 타격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주주들끼리도 사업 계획을 놓고 의견이 잘 안 맞았죠. 추가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지난 3월,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 선언이 나오기도 했죠.
 
-언론들은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언론들은 사업 청산의 충격을 전하는 한편 향후 이어질 소송전을 전망하는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아무래도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겠죠.
사업이 무산되면서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6년 동안 보상을 기다렸던 주민들은 서울시오 시행사를 상대로 2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조원에 달하는 출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30여개 민간 출자사들도 사업 무산의 책임을 놓고 소송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소송 규모만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네요. 
 
이번 사업이 애초 무리였다, 이런 지적도 눈에 띕니다.
 
조선일보 10일자 보도인데요. “이 사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그리고 8조원에 달하는 땅값,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사업부지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 문제 등의 리스크를 안고 출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세계일보는 9일자 신문에서 “용산개발사업은 신기루였다. 자본금이 개발비의 3.27%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의욕만 앞섰다”고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자신의 치적 사업인 ‘한강르네상스’에 용산사업을 포함시킨 것도 막대한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네요. “무모한 기대로 판을 키운 건 서울시였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 세계일보 2012년 5월3일자 12면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언론보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요?
언론들의 이런 분석은 좀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언론들은 그동안 시행사가 내놓은 장밋빛 전망을 비판 없이 중계하기에 바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점을 점검하고 분석하는데 소홀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5월이었죠, 시행사 측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초고층 빌딩들의 디자인을 발표했었습니다. 아마 뉴스에서 보셨던 기억이 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에 참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620미터짜리 빌딩을 비롯해 높이 300미터 이상의 빌딩만 6개에 달했습니다. 
 
당시 신문들을 살펴보면 “마천루 신천지 펼쳐진다”(세계일보), “세계적 명물이 되다”(조선일보), “초고층 새역사 쓴다”(한국경제)는 식의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인근의 부동산 시세 변동을 전하며 투자를 부추기는 듯한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 조선일보 2012년 5월3일자
 
 
-그렇군요. SNS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몇 개 트윗이 눈에 띄었는데요.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어차피 안 되는 사업 이 정도에서 정리하는 게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겁니다”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한 이용자는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고민, 공동체 가치 회복을 통한 삶의 재생 그리고 문화와 예술이 산업과 결합되지 않고는 실패하게 됨을 실증한다.”고 봤네요. 다른 이용자는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 최대 소송전이 될 거라네. 변호사들만 신났군.”이라고 풍자했습니다.
 
-그렇군요.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따로 있다고요?
일본의 대표적인 산이죠. 후지산에서 화산 폭발 징후가 빈번해졌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후지산 상태가 어떻길래 그런가요?
후지산 정상에서 북동쪽 5km 지점에 위치한 높이 1800m의 산을 지나는 도로에서 큰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균열은 300m에 걸쳐 발생했고, 일부 구간의 경우 도로가 꺼진 곳과 솟아오른 곳의 높이 차이가 70cm에 달한다고 합니다. 최근 후지산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후지산 인근에서 미세한 지진이 예년보다 10배 이상 자주 일어나자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은 후지산 분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 3월30일 방송된 SBS <뉴스8> 리포트
 
 
-언제가 마지막 활동이었죠?
후지산은 1707년 이후 특별한 활동이 없었다고 합니다. 
 
-언론들은 어떻게 다뤘나요? 
연합뉴스를 비롯해서 SBS, 세계일보 등이 일본 언론을 인용해 이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동아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과 KBS 등 방송사들이 같은 소식을 보도했었는데요, 해외토픽 수준으로 비교적 짧게 소개됐습니다. 반면 SNS에서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일본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실감나는 반응이 SNS에서 더 많았을 것 같네요.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반영된 트윗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습니다. “후지산이 폭발해서 일본이 난리통이 되면 한국경제가 흥한다”와 같은 트윗인데요. 
 
반면 한 트위터 이용자는 “말이라도, 후지산 폭발하라고 좀 하지마! 네들이 한반도에 전쟁나라고 하는 애들과 뭐가 다르니?”라는 트윗을 남겼네요. 다른 이용자도 “후지산 정말 폭발하면 한국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어요. 가까운 남쪽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지 알 수 없을 정도라는데. 좀 알고서 소식을 전합시다.”라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가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와 관련된 반응은 없었나요?
“후지산 이상현상?? 출장 어떻게 가라고?? ㅠㅠ”라는 트윗을 남긴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출장 무사히 잘 다녀오셨는지 모르겠네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서로 걱정하는 트윗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 이용자는 “일본 친구가 한국 전쟁 일어나는 거 아니냐며 불안해서 어찌 사느냐고 한다. 한국 친구는 후지산 폭발하는 것 아니냐며 일본 불안해서 어찌 사느냐고 묻는다”는 트윗을 남겼네요.
 
-일본은 후지산, 한국은 북한 때문에 시끄럽네요. 언론과 SNS 모두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뉴스도 있다고요?
최근 몇 년 동안 동반성장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자리 잡은 느낌인데요. 최근 편의점 업체의 불공정 계약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중도해지위약금 문제가 크다고요?
중도해지위약금은 그동안 편의점 업체의 ‘횡포’ 중 하나로 꼽혀 왔습니다. ‘흡혈 계약’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가맹점주가 본사와 5년 계약을 하고, 이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지금까지는 10개월 치 로열티를 위약금올 내야 했습니다. 가맹점은 매출총이익의 35%를 매달 본사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죠.
 
   
▲ 한겨레 4월10일자 10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대표 편의점 체인인 CU, GS25,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등과 협의를 벌여 가맹계약 중도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최대 40%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으로 적용한다고 8일 밝혔습니다. 
 
-편의점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잖아요. 길 건너 똑같은 편의점이 또 있는 경우가 많던데요.
매출이 잘 나올 것이라는 본사의 설명을 믿고 수억원을 들여 점포를 냈더니, 바로 옆에 똑같은 브랜드의 점포가 들어와 분통을 터뜨리는 가맹점주들이 많았는데요. 매출이 떨어져 적자가 늘고, 견디다 못해 폐점을 하려고 했더니 막대한 위약금 때문에 결국 빚만 늘었다, 이런 가맹점주의 불만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발 폐점 시켜 달라”, 이렇게 애원한 가맹점주들도 적지 않았다고 하죠.
 
-이것도 좀 보완이 되는 건가요?
공정위는 기존 가맹점에서 250m 이내 거리에 신규 점포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가맹계약에 명시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편의점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가맹점주에게 선택권을 조금 더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공정위의 책임을 묻는 의견도 있습니다. 편의점 거리제한을 2000년도에 폐지했던 게 바로 공정위였습니다. 과당경쟁을 부추긴 것 아니냐, 뒤늦게 나서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언론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언론들도 편의점 업체의 불공정 계약을 근절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KBS는 <뉴스광장>에서 뉴스해설을 통해 “점포간의 거리 제한을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특히 위약금 조항을 대폭 개선하거나 없애는 쪽으로 우월적인 지위 남용을 규제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신문 이데일리는 사설에서 “뼈빠지게 고생하는 점주와 달리 본사들은 최근 몇 년 새 호황을 누려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체 편의점 수도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000개 이상 늘었다고 하죠.
 
한 편의점 점주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악마의 늪에 빠진 것 같았다”는 건데요. 한겨레 보도입니다. 

   
▲ 4월10일 방송된 KBS <뉴스광장>
 
 
-SNS에서도 반응들이 꽤 있었다고요?
SNS에서도 이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관련 소식을 담은 기사를 링크로 전하면서 안타깝다는 의견을 덧붙인 이용자들이 많았는데요.
 
한 트위터 이용자는 “편의점 하다 접은 분 얘길 들어보니, 마른 행주 쥐어짜듯 짠다고 하더군요.”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다른 이용자는 “편의점의 횡포. 다른 말로 하면 재벌의 횡포입니다. 재벌 경제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의견을 트윗으로 남겼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동네에도 골목골목의 오래된 슈퍼마켓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그 자리를 편의점들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주인은 바뀌지 않았지만, 자영업자에서 점주로의 변화.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뭔가 굉장히 씁쓸한 것만은 사실이다.”라는 한 이용자의 트윗도 눈에 띕니다. 
 
-그동안 편의점이 골목 구석구석에 진출하면서 동네 슈퍼들이 많이 줄어들었죠.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범한다, 이런 소식 많이 들으셨을 텐데. 편의점 문제는 그동안 좀 소홀하게 다뤄진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싶네요. 
24시간 영업을 강제하지 않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공정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관련 소식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위 내용은 3월20일 tbs(교통방송, 95.1㎒) FM <이익선의 SNS쇼>(월~금 20:00~21:00) 수요일 코너 ‘뉴스 vs 뉴스’에서 방송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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