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0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습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지난 2009년 미디어법이 날치기 처리될 당시 여당 문방위원으로 강행처리를 주장한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이력을 고려했을 때 ‘이경재 방통위 체제’에서 방송 공정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언론들의 ‘이경재 청문회’ 보도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경재 청문회…‘제2의 최시중’ 논란>(연합뉴스)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측근으로 왔다고 해서 방송 장악하는 게 아니고”>(경향신문 10일 인터넷판) <이경재 후보자 인사청문회...방송 공정성 의지 집중 검증>(YTN 보도) 등 주로 이 후보자의 방송 공정성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 쪽에 무게중심을 뒀습니다. 보도 내용을 일부 소개합니다.

대다수 언론, 방송 공정성 확보 논란에 초점… KBS MBC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10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인 이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의 ‘측근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 위원들은 이 후보자를 ‘원조친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지칭하며 줄기차게 방송 공정성 훼손 우려를 제기했고, 이 후보자는 ‘방송 장악은 할 수도 없고, 할 의도도 없다’며 거듭 반박했다.” (연합뉴스, <이경재 청문회…‘제2의 최시중’ 논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원조친박(친박근혜)인 이 후보자에 대해 국민은 이경재라 쓰고 최시중이라 읽는다고 한다’면서 방송장악 의도가 추호도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해직 언론인 복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측근으로 왔다고 해서 방송 장악하는게 아니고”>)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면서 20여년 간 새누리당 소속이었다는 점을 들어 부적절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를 포함해 이 후보자는 지나치게 정파적 논리를 대변해 왔다’면서 ‘극단적 정파성을 가진 정치인의 방통위원장 임명은 충격적이고 경악할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도 ‘이 후보자는 제2의 최시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한국일보 2013년 4월11일자 6면 <10월 유신, 영구집권 위한 친위 쿠데타> )

하지만 ‘이경재 청문회’를 방송사들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다뤘습니다. 가장 이상한 건 KBS입니다. KBS가 10일 <뉴스9>에서 보도한 ‘이경재 청문회’ 리포트 제목은 <“지상파 다채널 찬성”>입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MMS 방송 서비스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이 리포트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방송 공정성 논란을 KBS ‘코리아뷰’ 홍보로 전환시킨 공영방송 KBS

   
2013년 4월10일 KBS <뉴스9>
 

사실 KBS 해당 리포트는 도입부부터 이상합니다. 분명 ‘이경재 방통위원장 청문회’를 다룬 리포트인데 앵커가 ‘MMS 사업이 무엇인가’를 앵커멘트에서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경재 청문회’ 논란을 다룬 다음 MMS 관련 리포트를 별도로 처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KBS는 전혀 다른 방식을 선보입니다.

“지상파 다채널 방송 MMS는 수십개의 채널을 통해 다양한 방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습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상파방송의 MMS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9> “지상파 다채널 찬성” 리포트 중 앵커멘트) 

그러더니 리포트 중후반부까지 MMS 관련 내용을 전합니다. 이건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 리포트를 빙자한 KBS 사업 홍보 리포트에 가깝습니다. 공영방송이 이래도 될까 싶습니다.

“지상파 다채널 방송, MMS는 하나의 방송 주파수를 세분해 다양한 형식의 방송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추진 중인 ‘코리아 뷰’가 대표적입니다. KBS 1TV를 예로 들면 현재의 9번 채널을 3~4개로 나눠 기존의 고화질 HD TV 방송에다 표준화질 SD TV방송, 데이터 서비스 등까지 시청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MMS 방송 서비스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9> “지상파 다채널 찬성” 리포트 인용)

   
2013년 4월10일 KBS <뉴스9>
 

물론 KBS도 방송 공정성 논란을 다루긴 다뤘습니다만 잠깐 언급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뉴스 용어에서 가급적 삼가야 할 주관적 표현까지 사용하며 이 후보자의 반박을 표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며 방송공정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따졌지만 이 후보자는 단호히 반박했습니다.” (KBS <뉴스9> “지상파 다채널 찬성” 리포트 인용)

각 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 양태 또한 각양각색 … 방송뉴스의 ‘슬픈 현실’

이경재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MMS 도입에 찬성 의견 등을 밝혔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부분을 뉴스에서 보도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청문회에서 핵심적인 내용이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청문회의 핵심은 뒤에서 잠깐 스치듯이 보도한 채 ‘KBS 사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보도한다면 그건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KBS의 ‘이경재 청문회’ 보도는 주변부적인 사안을 핵심으로 올리고, ‘KBS 사업’과 연관이 있는 부분만 집중 보도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더구나 리포트 말미에는 “이 후보자는 또 지난 81년 이후 동결된 TV 수신료를 인상하는데도 경영효율화를 전제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을 슬쩍(?) 끼워 넣습니다. 방송 공정성 논란을 잠깐 언급한 부분만 빼면 철저히 ‘KBS 사업’에 이익이 되는 내용만 추려서 보도한 셈입니다. 공영방송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2013년 4월10일 MBC <뉴스데스크>
 

사실 어찌 보면 KBS는 MBC SBS에 비해 좀 나은 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련 내용을 단신으로 보도한 MBC는 이경재 후보자의 반박 내용만 간단히 보도했고, SBS는 <8뉴스>에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자신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성을 훼손할 것이란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친박 공정성 훼손 동의 못해“)

KBS는 이경재라 쓰고 ‘MMS 찬성’이라 읽더니, MBC는 ‘방송 공정성 훼손 동의 못해’에 방점을 찍습니다. SBS는 침묵입니다. 마치 이 후보자를 향해 “코리아 뷰 사업 팍팍 밀어줘”(KBS) “우린 방송 공정성 훼손이란 야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MBC)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SBS의 침묵은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네요. 각 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 양태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각양각색의 방송3사 ‘이경재 청문회’ 보도를 이렇게 ‘읽는 것’ - 과연 오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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