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지난 9일 감사팀장·총무팀장을 비롯해 보도국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편집부장 전원을 교체하는 50여명의 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기자 대부분이 속해있는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10일 “YTN 재도약과 통합에 역행한 최악의 간부인사”라며 배석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YTN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신임 보직간부들의 과거 이력을 거론하며 “조금이라도 더 사장직을 유지해보려는 MB정권 불법사찰 범죄의 산물 배석규가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목적으로 이뤄져야 할 YTN의 간부 인사를 자신의 연명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동우 신임 정치부장에 대해선 “취재와 보도 시스템을 유린하면서까지 자신의 부인이 관련된 사업을 홍보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최소한의 기자 윤리마저 망각한 인물”이라 평가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부장은 2011년 1월 부인과 관련된 서초구청 영어교육센터를 홍보하는 기사를 타부서 후배에게 쓰라고 지시해 물의를 빚은 뒤 그해 4월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를 받았다. 이와 관련 이 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사내 성희롱과 성추행에 관련됐던 인물들이 보란 듯이, 성폭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주요 취재 부서에 나란히 배치됐다”며 우려했다.

   
▲ 지난 4월 2일 YTN 본사 앞에서 열린 배석규 사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최재민 신임 사회2부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사회1부 사건 데스크 재직 시절 후배 기자들을 데리고 이태원 인근의 업소에서 성전환 무용수들이 등장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쇼를 벌이는 광경을 보며 회식을 가져 성희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사내외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최 부장은 국장석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당시 회식에 함께했던 황선욱 사회1부장은 이번에 감사팀장이 됐다.

지난 4일 실국장 인사에서 새로 임명된 이양현 YTN마케팅국장도 눈에 띈다. YTN 개국멤버로, 최근까지 편성운영부장을 맡았던 이양현 국장은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의 친동생이다. 김종욱 YTN노조위원장은 “이양현 국장이 형님인 이정현 수석과의 특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한다면 비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초 선임된 이홍렬 보도국장 또한 사내 비판 여론에 부딪힌 바 있다. 이홍렬 국장은 수년 전 마케팅국장 시절 배석규 사장의 ‘황제골프’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배 사장과 함께 골프를 쳤던 인물이다. 노조는 이 같은 일련의 인사를 놓고 “묵묵히 일해 왔던 사원들은 자괴감과 수치심에 치가 떨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YTN사측 관계자는 “문제가 되었던 사안은 이미 감사를 통해 징계가 이뤄지는 등 시스템적으로 정리가 됐다”고 밝힌 뒤 “주요 보직을 맞게 되자 과거 전력을 끄집어내는 것은 부관참시”라고 주장했다.

   
▲ 배석규 YTN 사장. ⓒ이치열 기자
 
문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전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YTN의 한 평기자는 “김재철 사장 아래의 MBC 상황과 비슷하다. 후배들로부터 인정받는 데스크들은 한직으로 내보내고 배 사장에게 쓴 소리 한 번 한 적 없는 사람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니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전국언론노조도 9일 성명에서 “배석규 사장 취임 이후 YTN은 한없이 추락했다. 돌발영상과 같은 촌철살인 보도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고, 정권 편파적인 보도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고 지적한 뒤 “무더기 해고와 징계를 통해 양심적이고 유능한 YTN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만든 것이 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일련의 인사논란과 뉴스 경쟁력 하락 등 YTN을 둘러싼 산적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배 사장의 퇴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YTN 경영진도 지난 3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언론노조 등 재야단체와 야권이 배석규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박하며 “현 사장은 YTN창립 때부터 YTN과 함께 한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이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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