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연평도를 방문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곳엔 군인과 민간인이 거의 절반씩 상주해 있다. 이는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군사적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군인을 지역민의 중요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고, 군인들 역시 주민의 조업활동을 돕는 등 서로 의지하고 지켜주는 공생의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급박하게 외부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인구가 크게 줄지도 늘지도 않는 곳이다. 주민들은 주요 생계 수단인 어업과 숙박, 요식업 등을 하며 생활하고 있고, 군대도 이 일대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 평화롭게 생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정 인력이 배치돼 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서해5도는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라기보다 상시적인 위험 지역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는 연평도에서 일어난 ‘재앙’의 역사와도 함께한다.

우리에게 연평해전으로 알려진 서해교전으로 지난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2차례에 걸쳐 NLL 남쪽 연평도 인근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에 전투가 발발해 우리 군(軍)에만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근래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민간인 2명과 해병대 2명이 숨졌다. 이 같은 군사적 우발 사건뿐만 아니라 수백 척의 중국 어선들이 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어 어민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연평도에는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주택이 보존돼 있다.
ⓒ강성원 기자
 

안보 불안에도 주민 수 증가…떠날 수 없는 섬

특히 연평도 포격으로 민가까지 피해를 입게 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연평도를 잠시 떠나 살기도 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현재 연평도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오히려 인구수가 300명가량 늘었다는 데 있다. 이는 불안 요인이 존재해도 사람들이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들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이 있기 전 1748명이던 연평면 인구는 2013년 3월 말 기준 2096명으로 늘었다. 피난 당시 육지로 떠났던 주민들은 대부분 다시 들어왔다. 평생을 섬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의 도시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었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가족들의 만류에도 그래도 고향에서 사는 게 편하다며 원래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정부가 피해 주민을 위한 지원 정책을 내 놓으면서 외지인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평도 한 주민은 “위험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일자리가 있고, 정주(定住)수당과 운송비 지원 등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전입한 사람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많은 주민들을 만나며 들었던 얘기는 외부에서 ‘우리’에게 불안만 조장하지 않는다면 ‘이곳’은 충분히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외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민들은 섬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고, 휴어기에도 여러 소일거리를 찾아가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만 고조되지 않는다면 관광객들로 인한 소득원도 한몫했을 것이다.

전쟁위기 부추기지 말고 주민 삶 배려해야

현재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정부와 언론이 필요 이상으로 서해 지역의 불안을 조성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야 늘 있었던 일이고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반도 어디든 긴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서해5도의 안보가 걱정된다면 주민들이 군과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경계태세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지난 3일 탈북자 한 명이 야간조업 금지시간에도 NLL을 넘어 월북하는 경악할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언론의 지나친 위기 조성도 문제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포털 네이버 뉴스에 미국 B-2 스텔스 폭격기의 한반도 폭격훈련을 보도하면서 ‘[속보]B-2 전략폭격기 평양 주석궁 타격’이라는 낚시성 제목을 써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은 미국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에서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홍성훈 연평성당 신부는 “일부 언론들이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평도 외부 사람들이 내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배려는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계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터전을 보장하는 일이다. 외부에서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연평’을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보다 냉철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주민들의 삶을 배려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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