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8일 시작되는 KBS 봄 개편 최종안이 나왔다. 1TV에서는 프로그램이 대거 폐지·신설됐고 라디오의 경우 해피FM만 총 12명의 새 진행자가 등장했다. 그러나 봄 개편안 전반에서 올드미디어로 고착화된 상황을 돌파해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웠다. 공영성은 오히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KBS는 4일 KBS신관 국제 회의실에서 열린 봄 개편 설명회에서 △획기적인 공영성 강화 △편성구조 혁신을 통한 다양성 확대 △2TV 채널 경쟁력 강화를 개편 방향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 편성과 특별한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다.

1TV의 경우 신설프로그램들이 폐지프로그램과 별 차이 없는 경우가 눈에 띈다. 이번에 신설된 <당신이 바꾸는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대체프로그램인데, 두 프로그램 모두 모범적인 시민을 소개하는 점에서 똑같다. 새로 등장한 <문화책갈피>의 경우도 <즐거운 책읽기>와 의 폐지로 신설됐는데 문화콘텐츠를 소개하는 점에서 동시간대 전작과 비슷하다.

1TV 신설 프로그램 가운데 우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히든챔피언>과 공익 버라이어티 <대한민국 행복발전소>, 고향 이야기를 재연하는 <고향극장> 또한 1TV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기존 공익포맷과 유사하다. <긴급출동 24시>의 경우 무수한 미담소개 프로그램 가운데 ‘공무원’에 집중, 119구조대나 경찰 등의 사례에 집중할 계획이다. KBS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는 ‘작은 영웅’을 조명하면서 이들의 노고와 헌신을 널리 알리고 격려하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밝혔다.

   
▲ 4일 KBS 봄 개편 설명회 현장. ⓒKBS
 
1TV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사·환경·과학스페셜과 KBS스페셜을 통폐합해 다큐존을 신설한 점이다. 앞으로 매주 목·금 10시~10시 50분에는 <파노라마>란 이름의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작은 삐걱거린다.

윤성도 언론노조 KBS본부 정책실장(KBS 교양PD)은 “대통령선거를 거치고 부사장 선임이 상당히 늦어지며 개편이 허겁지겁 이뤄졌다”며 “‘파노라마 다큐존’은 제작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1TV에서 토요일 8시 방송 예정인 <다큐극장>은 △4월 27일 88서울올림픽 △5월4일 파독 광부, 간호사 50년 △5월 11일 아웅산 비극 30년 △5월 18일 서울의 봄, 5·18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4일 봄 개편 설명회 직후 낸 성명에서 “<다큐극장>은 애초부터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외주를 동원해 독재정권을 미화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1라디오에선 <열린토론>마저 폐지돼 공영성이 후퇴한 개편이란 지적도 나온다.

KBS 1TV가 논란속에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면, KBS 2TV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달빛프린스>가 폐지된 자리에 생활밀착형 버라이어티 <우리동네 예체능>(화요일 오후 11시 10분~0시 30분)이 신설되고 <해피선데이-남자의자격>이 폐지된 자리에 박미선·이영자가 진행하는 <맘마미아>가 신설된 정도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경우 강호동과 이수근, 최강창민이 MC로 나서며 지역별 동네 체육관을 돌며 시민들과 스포츠경기를 펼친다는 포맷이다. 본 경기 촬영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지만, 지역을 돌며 다양한 시민과 스킨십을 갖고 강호동·이수근이 뭉쳤다는 점에서 ‘1박 2일’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14일 첫 방송될 예정인 <맘마미아>는 스타와 스타의 어머니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MBC <아빠! 어디가>와 맞붙으며 부자관계와 대비되는 모자관계를 강화하는 포맷으로 보인다. <맘마미아>는 강호동이 출연하는 SBS <맨발의 친구들>과도 경쟁에 나서게 돼 시청률 ‘탈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번 봄 개편의 외주제작비율은 1TV가 25.1%, 2TV가 44.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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