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제주4.3공원에서 열린 제65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이하 위령제)에 불참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위령제에 참석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어 박 대통령도 이날 위령제에 불참해 7년 째 현직대통령이 위령제에 불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제주4·3사건에 대해 언급을 꺼려왔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다만 2006년 4월 5일, 2012년 8월 1일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적은 있다.

지난 2006년에 박 대통령은 제주4·3사건에 대해 “좌익소요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이 많이 희생됐다”고 짧게 언급했다. 제주4·3사건의 본질이 ‘좌익들의 모반·폭동’이라는 의식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4·3사건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모반·폭동”이라고 말한 이영조 후보를 서울에 공천해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4·3사건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은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다. 박 대통령은 당시 “우리 현대사에는 많은 상처가 있다”며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 과거와의 화해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후 제주 지역공약으로 제주 4·3사건 추모기념일을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 첫 4·3위령제에 불참함으로서, 박 대통령의 4·3언급이 대선 표를 위한 ‘공수표’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날 추도사에서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4.3사건 추념일 지정’과 ‘4.3평화재단 국고지원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박 대통령의 위령제 불참은 4·3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65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CBS노컷뉴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위령제 불참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국가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대통령이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의지를)이었어야 했는데 한 번도 참석 안했다”고 비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어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공약)을 지킨다는 원칙에서 어긋나는 일을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공약을 뒤집고 오늘 위령제에 불참하여 제주도민들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며 “100%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제주 4.3의 아픔을 반드시 치유하겠다던 무겁고 엄중한 약속이 취임 한 달 만에 쉽사리 뒤집을 약속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박 대통령의 위령제 불참에 대해 “통합의 가장 큰 행보는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이고 이번 위령제는 가장 좋은 기회 일 것”이라며 “말로만 화합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과거사 문제는 대통령의 역할에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인데 이번 위령제에 불참한 것은 바빠서 못가는 것이 아니라 (통합을)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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