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김재철 MBC사장이 해임되자 배석규 YTN사장에게 언론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12년 방송3사(KBS, MBC, YTN) 연쇄총파업 당시 퇴진대상이었던 ‘낙하산’ 방송사 사장 가운데 배 사장이 박근혜정부에서도 남아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통과된 3월 26일 즉각 성명을 내고 “MBC와 더불어 YTN의 정상화는 한국 언론계가 ‘MB의 족쇄’를 끊어내고 새로운 시대에 전념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배 사장의 해임을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또한 같은 날 성명에서 “배석규 씨는 마치 김재철 씨와 작전이라도 짠 듯이 해직 사태 장기화와 공정 방송 시스템 파괴, 부실 경영, 법인 카드 사용 의혹, 사원 유배, 소송·징계 남발 등 서로 닮은 온갖 악행으로 재임해 왔다”며 “조직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든 점에서 배석규 씨의 악행은 김재철 씨에 비할 수 없이 무겁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배석규 사장은 구본홍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2009년 10월 사장에 임명되며 YTN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돌발영상> PD를 교체하고 2008년 공정방송투쟁에 앞장섰던 조합원에게 각종 지방발령과 징계를 계속해 사내 분열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석규 사장은 노종면, 우장균, 현덕수, 권석재, 조승호, 정유신 등 공정방송투쟁으로 2008년 10월 6일 해고된 기자 6명의 전원복직 판결이 내려졌던 1심판결에 불복, 거액을 들여 항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를 두고 “1심에서 끝날 수 있었던 해직사태를 안팎의 화해 종용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질질 끌어오고 있는 것도 배 사장 책임”이라 비판했다.

배 사장의 과오는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 △조합원 부당 지국 발령 △해직사태 장기화 △박원순 등 YTN판 블랙리스트 논란 △돌발영상 무력화 등 셀 수 없다는 평가다. 2012년 3월 YTN주주총회 당시에는 사원주주들이 “배 사장이 매달 월 1500~2000만원의 법인카드를 결제했다”며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하며 배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YTN 사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석규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해직사태 장기화, 노조에 대한 소송 남발과 보복 징계, 공정방송 제도 파괴, 부실 경영, 평일 골프, 법인카드 과다 사용 의혹 등 배 사장의 파렴치함은 일주일 전 방문진 이사회에 의해 해임된 MBC 김재철 전 사장에 못지 않다며 하루 속히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를 무력화시켰던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자 김 사장과 마찬가지로 ‘MB정부 언론사 낙하산 사장’으로 분류되는 배 사장에 대한 퇴진 여론이 불거진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큰집(청와대)에 불려가 쪼인트를 맞은 김재철 씨는 해임을 당해 쫓겨났건만, 큰집으로부터 충성심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배석규 씨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배석규 씨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배석규 사장이 아직도 YTN사옥 안에서 언론장악을 연장시키고 있다. 정권에 대한 충성심으로 사장이 된 사람이 아직도 사장직에 남아있다는 것은 언론의 수치”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1일 논평을 내고 “불법행위(불법사찰)로 투입된 YTN 배석규 낙하산도 이번에 정리해야 한다”며 퇴진을 촉구했다.

하지만 배석규 사장이 ‘낙하산’으로 들어왔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개인의 거취 역시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YTN의 한 관계자는 “배석규 사장도 거취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청와대가 움직여야 한다”며 청와대의 의중에 주목했다.

YTN의 대주주는 KDN한전(21.4), KT&G(19.9), 미래에셋(14.9), 마사회(9.5) 순이며, YTN이사회는 사장 해임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청와대 ‘신호’에 따라 배 사장의 거취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배 사장의 거취를 두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배 사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자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한 뒤 “지금 임기가 남아있다. (거취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부분이다. 새 정부는 어느 것도 언론에 대해 간섭할 생각 없다. 옛날과 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계에선 4월 중 MBC 후임 사장이 누가되는지 그 윤곽을 보면 배 사장의 거취 또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근혜 정부가 MBC 새사장 문제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언론장악 의지가 있는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잔재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배 사장이 4월 중 자진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배석규 YTN사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배석규 사장, 방송사 총파업 퇴진 대상자 중 유일한 현직
민간인사찰문건 “충성심 돋보임” 평가받아… 2015년 3월까지 임기
 
YTN은 이명박 정부 임기 초였던 2008년 가장 먼저 낙하산 사장(구본홍)이 선임되고 공정방송투쟁이 벌어졌던 곳으로, 낙하산 사장으로 분류되는 배석규 사장이 4년째 임기를 유지하며 ‘MB언론장악의 시작과 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석규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문건에서 주요하게 거론되는 유일한 언론사 사장이다. 2009년 9월 총리실에서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자료에는 배석규 당시 YTN사장 직무대행을 두고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의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고 나와 있다. 문건은 이어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배석규 직무대행은 해당 문건이 작성된 뒤 한 달 뒤에 정식 사장에 임명됐다.

   
YTN 배석규 사장이 지난 22일 서울 남산N타워에서 열린 YTN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경영실적을 보고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사찰문건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사 사장 인사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을 사실로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특히 배석규 사장이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이라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관련하여 배석규 사장과 총리실 불법사찰팀과의 연관성에 주목, 2012년 4월 배 사장과 주요 경영진을 2010년 민간인 불법 사찰 1차 수사 당시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물론 배 사장은 “나도 불법사찰 피해자”라며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지난해 방송사노조 연쇄총파업 당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사장으로 규정돼 노조의 ‘퇴진 투쟁대상’으로 지목됐던 3인방은 김인규 KBS사장, 김재철 MBC사장 그리고 배석규 YTN사장이었다. 김인규 사장은 2012년 11월 임기를 채우고 퇴장했으며 김재철 사장은 지난 3월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해임안이 통과되자 다음날인 27일 사표를 제출하며 불명예 퇴진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언론계의 관심은 배 사장의 거취에 쏠린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배 사장의 퇴진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퇴진해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영방송들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MB언론장악의 마지막 남은 고리가 YTN 사장”이라며 “배 사장은 지난 정부와 함께 이미 물러났어야 할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YTN내부에서도 배 사장에 대한 반감은 크다. 특히 노종면 등 기자들의 복직을 끝내 외면하고 있는 데 대한 기자들의 원망이 크다. 벌써 해직기자들의 해직기간은 4년6개월이나 됐다. YTN기자들에 따르면 보도국엔 웃음이 사라졌고, 뉴스 경쟁력은 추락했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YTN사원 260여명은 기명으로 배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며 사내여론의 반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배 사장의 연임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배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5년 3월까지다. 

기자들은 해직기자들의 전원복직이 YTN의 통합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이들의 복직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배 사장의 퇴진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철운 기자 pie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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