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조차 명확한 개념 정립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진행된 첫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는 '창조경제'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창조경제'의 실체 부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크숍에서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창조경제론을 중심으로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고하자, 소관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한선교 위원장은 "너무 학구적이다.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슨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군현 의원도 "누가 어떤 산업을 어떻게 일으킬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지 우리도 국민을 설득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이와 같은 지적을 이어갔다.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 후보자가 '서비스와 솔루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창조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창조경제의 모호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취임 후 첫 창조경제 현장방문지로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IT 벤처기업 알티캐스트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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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인수위는 국정목표로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를 발표하며 "자본투입 중심의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과학기술과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하는 세계시장 선도형 성장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수위는 "새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모든 분야에 상상력과 창의성을 접목시키고 산업간 융합을 촉진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꾸준히 창조경제라는 개념을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느나, 국회나 언론은 그 실체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당정청 워크숍에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녹색성장처럼 무엇을 내세워야 하는데 창조경제에는 그런 명확한 게 없다"는 비교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경제학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창조경제는 지식정보경제의 흐름에서 나온 것"이라며 "토건쪽에서 ICT쪽으로 중심축을 옮기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이라는 명확한 실체가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실체가 불분명하고 책임 인물들이 가닥을 못 잡고 있으니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창조경제와 재벌 개혁문제가 밀접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재벌이 경제를 독과점하는 상황에서 창조가 나올 수가 없다"며 "창조경제는 결국 재벌 독식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창조경제를 주창하신 분이 정확하게 설명을 안하니깐 다들 헷갈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명확한 개념 설정과 어떻게 경제민주화와 관련이 있는지, 정부의 정책 방향으로 어떻게 구체화한다는 것인지가 연결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보좌진이 창조경제를 설명 못하고 쩔쩔매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데, 못 물어보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며 "창조경제 개념의 혼란은 결국 '청와대 소통의 부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조경제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주요 국가는 영국, 호주, 이스라엘 등이 있으며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이들의 개념을 일부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1997년 블레어 정부의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창조경제 정책을 주도했다. DCMS는 광고, 건축, 예술품, 디자인, 영화, 음악, 스프트웨어 등 13가지의 분야를 창고산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영국과 호주의 창조경제는 문화산업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ICT를 중심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는 차별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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