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베드타운’인 상계동은 몇몇 군데를 제외하고 대부분 인적이 드물었다. 유권자는 17만여 명 정도나 되는 큰 선거구지만 대부분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까지 나왔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 등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선거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용한 겉모습과는 달리 1일 노원병의 정치는 바쁘게 움직였다. 이동섭 민주당 예비후보는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김지선 후보는 이날 아침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는 “완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도 각 후보 캠프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이날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40.5%로 24.3%의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이런 상황이 반영된 탓인지 안철수 후보의 사무실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사무실은 전략회의가 있었고, 허준영 후보의 사무실은 허 후보가 자리를 비운 탓인지 비교적 조용했다.

상계동의 편의점의 한 점주는 새누리당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선거에 대해 “아직 선거전이 시작돼지 않아서 그런지 선거 분위기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안철수 후보와 허준영 후보의 2파전이 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주공아파트 근처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아예 “(선거에)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원병의 지역주민들은 안철수 후보의 출마 사실과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의 의원직 상실 이유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밖으로는 조용하지만 속내는 선거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는 많이 나왔다. 노원역 부근에서 만난 김현철(62)씨는 “원래 이번 선거가 열려서는 안 되는 선거 아니냐”며 “애초에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이 상실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에 대한 지지입장은 유보했다. 그는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진 않았다”며 “안철수 후보가 큰 인물이니까 그쪽으로 마음이 기울기도 하는데 억울하게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의원의 부인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들은 비교적 젊은 층이었으며 대체로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최준석(23)씨는 “학교 친구들도 안철수를 찍으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가 원내에 진입하면 새 바람은 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김지선 후보는 이번에 출마하면서 이름을 처음 들었고, 노회찬 의원 부인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며 “노회찬 의원이 X파일 사건을 폭로한 것은 정의로운 행동이지만 노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고 그 부인이 나와 선거를 뛴다는 것은 구태의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X파일 사건이 큰 권력과의 싸움이라면 아무래도 안철수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노원역 만난 김희정(33)씨도 “안철수 후보 외에 특별히 알고 있는 후보도, 눈에 띄는 후보도 없다”며 “정치가 너무 싫어서 안 후보가 새 정치를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도 정치를 좋아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직 새정치의 내용이 뭔지는 모른다”면서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신선하고 그런 사람이 새 바람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지난달 31일 '2013 계사년 불암산신제'에 참석해 등산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허준영 후보를 지지하는 측은 최근 안보불안을 손에 꼽았다. 안철수 후보가 지역물정을 잘 모를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상계중앙시장에서 만난 이수용(75)씨는 “북한이 세상물정 모르고 멋대로 행동하는데 야당에서는 북한의 비유를 맞추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대북관계는 새누리당이 잘 할 것 같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른 것은 잘못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확실히 길을 잘 들여놓은 듯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안철수 후보는 이번에 처음 노원에 온 것 아니냐”며 “허준영 후보는 저번 총선에 나오기도 했고 이동섭 후보도, 노회찬 의원 쪽도 오랫동안 여기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큰 정치도 중요하지만 지역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지역을 대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50대 여성 시장 상인도 “시국이 워낙 불안 불안해서 사람들이 모이면 선거보단 북한과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북한의 행동만 보면 새누리당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상인은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잘 할 것 같은데 사람 쓰는 걸 보면 온통 도둑들만 갖다 쓰는 것 같다”며 “그래서 주변에서 안철수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선거전이 시작되기 전인만큼 노원병은 아직 조용하지만,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는 한 바탕 휘청거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 대한 노원병 주민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변화가 곧 국민들의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계중앙시장에서 만난 이성호(72)씨는 “옛날에 나는 김대중을 찍고 노무현을 찍었다”며 “그래도 이 사람들이 당선 되면 뭔가 변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정작 이들이 대통령이 되도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안철수 후보가 새로 나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는 하는데 안철수 후보가 뽑혀도 뭔가 바뀔 것 같다는 기분은 안든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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