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탠드는 NHN의 오랜 고뇌의 산물이었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0% 안팎, 페이지뷰 점유율이 45%, 한국 인터넷 이용시간의 36%가 네이버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 인터넷 이용인구를 3500만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이 가운데 네이버를 웹브라우저의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 놓고 쓰는 사람이 2500만명 정도 된다. 네이버에 뜨면 모두가 본다. 그만큼 여론 집중도가 높고 편향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이제 와서 네이버가 뉴스를 직접 편집하는 시대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1000만명이 똑같은 기사를 읽는다고 생각해보자. 2000만명이 읽는 기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거나 논쟁적 주제의 기사가 걸릴 경우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는 건 매우 위험하다. 높은 점유율 때문에 정치적 외압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고 공정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네이버는 결국 가장 비싼 1인치라는 검색 창 밑의 금싸라기 공간을 언론사들에 내주기에 이른다. 2009년 1월 도입된 뉴스캐스트는 52개 언론사 기사를 랜덤 노출하는 극단적인 기계적 균형을 도입했다. 마이너급 언론사들을 트래픽 폭탄을 맞아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메이저급 언론사들은 이들과 N분의 1로 섞이는 게 못마땅했지만 네이버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트래픽 유입을 포기하지 못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언론사 구독 설정 화면. 네이버 뉴스스탠드 화면에서 갈무리
 

궁여지책이었지만 뉴스캐스트 3년3개월은 결과적으로 한국 뉴스 생태계를 황폐화했다. 뉴스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했다는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뉴스를 파편화하고 연예·가십성 기사의 범람과 선정적인 낚시 경쟁을 촉발시켜 정작 중요한 뉴스를 사라지게 만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임플란트와 발기부전, 다이어트, 성형외과 등의 지저분한 광고 덕분에 언론사들은 짭짤한 수익을 챙겼지만 독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관련 기사 "뉴스스탠드 패닉, 문 닫는 언론사 나올 수도")

뉴스스탠드는 뉴스를 브랜드 단위로 소비하라는 네이버의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만 보고 클릭하지 말고 언론사를 먼저 선택해서 구독하고 기사의 경중을 구분해 뉴스의 맥락을 파악하자는 발상인데 이런 취지가 구현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NHN의 의도와 달리 ‘MY뉴스’ 설정 비율은 3%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네이버가 이용자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네이버 첫 화면에서는 뉴스가 사라졌고 새 창으로 뜨는 뉴스스탠드에는 52개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기사 1000개가 돌아간다. 선정성 경쟁도 여전해서 연예인 화보와 충격, 경악, 알고보니 등의 ‘고로케’형 기사가 쏟아진다. 뉴스 소비의 총량이 줄어들 거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NHN은 애초에 거품이 있었으니 빠지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아예 뉴스 읽기를 포기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네이버 입장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상황에서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포장은 그럴 듯하지만 뉴스스탠드가 결국 ‘예쁜 쓰레기통’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뉴스 서비스를 포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바일 트래픽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온라인을 포기하는 전략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뉴스스탠드는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들의 선의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호소와 함께 “정말 심한 언론사들을 퇴출시키겠다”는 협박도 했다. 선정성 경쟁이 줄어들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결국 관건은 이용자들이 과연 네이버가 의도하는 대로 적극적인 뉴스 소비를 할 것이냐에 있다. 너무 많은 뉴스가 진짜 뉴스를 몰아내는,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벌써부터 다음이나 네이트 등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부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뉴스스탠드가 안착하는 데 실패할 경우 탈 포털 논의나 검색 저작권 요구 등 언론사와 포털의 갈등이 확대될 수도 있다”면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정 등과 맞물려 뉴스스탠드가 뉴스 생태계에 핵폭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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