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졌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1일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전면 전환하면서 네이버에 절대적으로 방문자 유입을 의존해 왔던 언론사들이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미디어오늘이 뉴스스탠드 회원사 온라인 담당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상당수 언론사들이 절반 이하로, 심한 곳은 10분의 1 수준으로 페이지뷰가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아노미 상태”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급감일 뿐 익숙해지면 오르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지만 오히려 “처음이라 호기심에 눌러보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언론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서비스”라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오지만 네이버 이용자들은 “선정적인 낚시질 기시가 사라져 보기 좋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익명을 요구한 한 종합일간지는 2일 오후 기준으로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24시간 동안 페이지뷰가 평소 대비 25% 정도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중동 등 메이저급 종합일간지들은 30~40% 빠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외적으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코리안클릭이나 메트릭스 등 트래픽 분석 업체의 주간 데이터가 공개되는 1주일 뒤에나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가장 비싼 1인치라고 불리는 금싸라기 공간을 텅 비워두는 극단적인 전략을 선택했다.
 
마이너급의 한 종합일간지는 60~70%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문사 관계자는 “우리도 심각하지만 우리보다 더 작은 인터넷 신문들은 타격이 클 것 같다”면서 “올해 안에 문 닫는 언론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 인터넷신문 관계자는 “당초 메이저급은 20% 정도, 마이너급은 30~50% 정도 빠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빠지고 있다”면서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사들도 패닉 상태지만 광고 대행사들의 충격은 더 크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광고 대행사와 약정한 페이지뷰를 크게 밑돌면 계약을 갱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벌써부터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지뷰가 반의 반토막이 난다면 광고 매출 역시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게 된다. 일부 언론사들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낚시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희욱 블로터닷넷 편집장은 “뉴스스탠드와 언론사 홈페이지를 일치하도록 하면 선정성 경쟁이 줄어들 거라는 판단이 있었겠지만 이렇게 지저분한 인터페이스에서는 기사의 변별력이 사라지고 오히려 낚시 경쟁에 더욱 목을 매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편집장은 “뉴스캐스트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뉴스스탠드는 자칫 뉴스의 실종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진순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그동안 포털 이용자들은 실시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는데 뉴스스탠드는 길을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 차장은 “이런 상황이라면 뉴스 소비의 총량이 줄어들어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뉴스스탠드는 포털 뉴스의 보조적 서비스로는 유효하지만 메인 뉴스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언론사들도 탈 네이버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차장은 “네이버가 온라인 이용자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면서 “네이버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다음이나 네이트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차장은 “자기주도적이고 탐색적인 뉴스 읽기를 요구하는 뉴스스탠드는 지난 10여년 이상 사용자들의 포털 뉴스 소비경험과 어쨌든 궁합이 맞지 않다”면서 “질의 경쟁을 보장하는 뉴스스탠드가 조기에 정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은 “트래픽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 아니냐”면서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트래픽이 줄어드는 건 불가피하겠지만 이용자들이 불편해서 뉴스를 읽지 않는 거라면 따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한 달 동안 마이뉴스 프로모션을 한 결과 하루 2만명 이상 설정을 할 때도 있었다”면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NHN의 설명에 따르면 마이뉴스 설정 비율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를 조금 넘는 수준, 한 달 동안 프로모션을 벌였지만 아직 3%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마이뉴스 설정 비율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NHN은 오는 6월 말 이 비율을 기준으로 퇴출될 언론사를 골라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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