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천안함 3주기 관련’ 보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협회장에게 보도국 간부들이 편성권 침해라고 반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26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함철 KBS기자협회장은 “KBS의 천안함 3주기 보도가 지나치게 호전적이고 보도량 또한 지나치게 많다”면서 KBS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날 저녁 KBS <뉴스9>에서는 천안함 관련 보도가 20꼭지에 달했으며 <뉴스9> 세트 자체를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는 군부대 내로 옮기는 등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기자는 “다른 건 논외로 하더라도 메인뉴스에서 천안함 관련 뉴스를 20꼭지나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간부들의 ‘오버’에 대해 기자협회장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법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기자협회장 ‘천안함 보도’ 문제제기에 보도국 간부들 “편성권 침해”

문제는 기자협회장의 문제제기에 보도국 간부들이 반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보도국 간부들은 “기자협회장이 (천안함 보도와 관련해) 그런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편집권 침해”라는 주장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함철 기자협회장은 보도국 간부들의  발언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고, 간부들은 ‘국장·부장단 명의’의 공식입장을 지난 1일 사내게시판에 발표했다.

   
2013년 3월26일 KBS <뉴스9> 화면캡처
 

보도국 간부들은 “보도위원회 운영세칙상의 ‘편집회의 참석’을 빌미로 9시뉴스 편집에 간섭하려는 기자협회장의 시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면서 “부장단 편집회의에서 ‘천안함 3주기 특집뉴스를 왜 이렇게 많이 다루냐?’ ‘이런 뉴스를 왜 발제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보도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들의 편집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협회장이 편집회의에서 뉴스기획과 편집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편집권의 침해 정도가 아니라 초법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협회장이 편집회의 자리에서 이런 저런 발언을 하기 시작하면 일선 부장들이 외압으로 느낄 소지가 있고, 데스크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소신 있게 업무를 추진해 나가는 데 위해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항변했다. 
 
보도국 간부들은 “협회장은 더더욱 언동을 함에 있어 사려 깊은 태도와 자세를 견지하고 처신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협회장 독단의 언동이나 소수 기자들의 목소리만 반영해 기자 사회를 분열시킨다거나 해사행위 내지 정파적 행동에 부화뇌동하는 일을 이제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도국 간부들, 부끄러운 줄 알라” 
 
하지만 보도국 간부들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 대해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보도국의 다른 기자는 “뉴스의 전반적인 흐름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국장에게 직언해야 할 부장들이 직언은커녕 오히려 ‘일방독주’에 동참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면서 “논평할 가치가 없는 ‘한심한 입장’이다. 간부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003년 개정한 KBS 편성규약 논란으로 번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KBS 편성규약 제3조(편성의 일반기준)를 보면 “남북의 화해·협력을 통한 평화 공존 체제 구축에 힘쓰며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KBS <뉴스9> 천안함 3주기 보도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2013년 3월26일 KBS <뉴스9> 화면캡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도 2일 성명을 내어 “KBS편성규약에 따라 기자협회장은 보도위원회의 제작 실무자 대표의 자격을 갖고 일일 편집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보도 수뇌부는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보도 수뇌부가 편집권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대상은 일선 기자들이나 이들을 대표하는 협회장이 아닌 말 그대로 내·외의 부당한 압력”이라면서 “현재의 보도 수뇌부들이 정치권력이나 자본의 부당한 압력에 대항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KBS본부는 “정치권력과 자본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결탁해 소위 ‘뉴스를 말아 먹은’ 사례를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 왔고 지금도 겪고 있다”면서 “그때마다 일선기자들은 공정방송위원회나 보도위원회 등을 통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고 현재 KBS 뉴스의 독립성이 이 정도 온 것도 이런 제작실무자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는 내 것’이라는 보도 수뇌부의 주장은 법적, 논리적 근거 여부를 떠나 타당성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KBS기자협회(협회장 함철)는 2일 오후 6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보도국 간부들의 편성규약 무력화 시도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늘 회의에서 KBS기자협회 공식입장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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