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김재철 MBC사장 해임 이후 언론계의 눈이 배석규 YTN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2012년 방송3사(KBS, MBC, YTN) 연쇄총파업 당시 퇴진대상이었던 ‘낙하산’ 방송사 사장 가운데 배 사장이 박근혜정부에서도 남아있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언론계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방송사 사장으로서 언론자유를 위축시켰다고 평가받는 김인규 KBS사장, 김재철 MBC사장, 배석규 YTN사장 가운데 김인규 사장은 2012년 11월 임기를 채우고 자연스럽게 퇴장했으며 김재철 사장은 지난 3월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해임안이 통과되자 다음날인 27일 사표를 제출, 불명예 퇴장했다.

그러자 김재철 사장과 함께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인 배석규 사장의 퇴진 여론이 높아졌다.

한국기자협회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이 통과된 3월 26일 즉각 성명을 내고 “배석규 사장 취임 이후의 보복·징계성 인사 남발, ‘돌발영상’ 등 비판적 프로그램 축소, 회사 경쟁력 악화, 해외출장 핑계로 국회 불출석 사례 등을 보면 김재철 MBC 사장과 너무 닮았다”며 “MBC와 더불어 YTN의 정상화는 한국 언론계가 ‘MB의 족쇄’를 끊어내고 새로운 시대에 전념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라며 배 사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YTN노조) 또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배석규 씨는 마치 김재철 씨와 작전이라도 짠 듯이 해직 사태 장기화와 공정 방송 시스템 파괴, 부실 경영, 법인 카드 사용 의혹, 사원 유배, 소송·징계 남발 등 서로 닮은 온갖 악행으로 재임해 왔다”고 비판한 뒤 “조직을 회복 불능 상태로 만든 점에서 배석규 씨의 악행은 김재철 씨에 비할 수 없이 무겁다”며 퇴진을 주장했다.

   
▲ 배석규 YTN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배석규 사장은 2009년 구본홍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사장에 임명돼 YTN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돌발영상>PD를 교체하고 2008년 공정방송투쟁에 나섰던 기자들에게 보복성 인사를 단행했다. 2008년 10월 6일 공정방송투쟁으로 해고된 노종면 전 YTN노조위원장 등 기자 6명에 대해선 이들이 제기한 징계무효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5년째 방관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기자협회는 “1심에서 끝날 수 있었던 해직사태를 안팎의 화해 종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질질 끌어오고 있는 것도 배 사장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배석규 사장은 이명박 정부 민간인 불법사찰문건에서 주요하게 거론되는 언론사 사장이기도 하다. 2009년 9월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신임대표(배석규)는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개혁에 몸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는 평가가 나와 있다. 이 문건은 배 사장이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며 당시 직무대행이던 그를 정식 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건의했다. 이 불법사찰 보고서 이후 배 사장은 정식 사장이 됐다.

이 때문에 YTN노조는 배 사장과 총리실 불법사찰 팀과의 연관성에 주목하며 2012년 4월 배 사장과 주요 경영진을 2010년 민간인 불법 사찰 1차 수사 당시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3월 28일 성명에서 “김재철은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를 까였지만, 배석규는 ‘큰집’으로부터 ‘충성심이 돋보이니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평가를 받은 자다. 해직사태 장기화, 노조에 대한 소송남발, 보복징계, 공정방송 훼손, 평일골프, 법인카드 과다 사용 의혹 등 그가 벌인 악행은 김재철 씨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며 빠른 퇴진을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1일 논평을 내고 “불법행위(불법사찰)로 투입된 YTN 배석규 낙하산도 이번에 정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낙하산 사장들의 방송사 횡포 사건은 배석규 사장까지 사퇴해야 완전히 마무리 되는 것”이라며 퇴진을 촉구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배석규 사장의 남은 임기는 오는 2015년 3월까지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강성남)는 2일 오전 서울 남대문 YTN 본사 앞에서 ‘MB 잔재 배석규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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