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사가 창립 25년 만에 여성 승무원에게 바지 근무복을 입도록 허용했다. 이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에 여성 승무원이 근무복으로 치마 외에도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한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머리 모양과 메이크업, 액세서리 등 여전히 여승무원에게 용모·복장 지침을 획일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공공운수노조연맹 아시아나항공지부(아시아나항공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의 엄격한 용모·복장 지침을 개정했지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여승무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차별조항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개정안 내용 중 “‘아시아나 메이크업 매뉴얼에서 제안하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며 그 외 세부 내용은 트렌드 및 회사의 방침에 따라 정하여 운영한다’는 것은 앞으로도 회사가 정한 이미지와 기준대로 여성승무원들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라며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삭제되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개정 전의 메이크업 규정을 살펴보면 ‘아이라인은 갈색과 검정 컬러를 사용한다’, ‘아이새도우는 블루계열 및 사이버 화장은 금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이 문구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운영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그럼에도 메이크업 트렌드 관련 내용은 대단히 사적인 부분임에도 동일한 잣대로 제한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아시아나항공사 'Hair-Do' 머리 모양 규정
 
차별 조항에 대한 회사의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노조는 “머리 모양 규정은 기존 용모·복장 지침에도 쪽진 머리(이마 중심에 가르마를 타고 머리를 양쪽으로 곱게 빗어 뒤로 넘긴 형태)와 그 외 머리로 나누어 다양한 머리스타일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각종 불이익과 면담 시 심각한 압박 등이 존재해 3천여 명의 승무원 중 극히 소수만이 커트머리를 하고 있다”며 “불평등이 해소되는 일정 기간 다양한 머리스타일을 제안하고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은 “일정 부분 용모·복장 지침이 서류상으로 개선되긴 했지만 회사 방침에 따른다는 내부 강제는 여전하다”며 “용모와 복장을 관리 감독하고 근무평가에도 반영하고 있어 승무원들은 머리 자르는 거 하나도 눈치 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여성계도 여승무원에게 바지를 입게 해준다고 해서 당장 복장규제가 현실적으로 사라질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아시아나 항공의 여승무원을 포함한 서비스 업종의 여성노동자는 또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돼 인권이란 없다”며 “머리 모양, 몸에 착용해야 할 액세서리 종류, 개수, 화장품 색깔, 매니큐어 색깔까지 모두 다 회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도 “아시아나항공사에서 여승무원들에게 바지 근무복을 신청토록 했지만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부분이라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이 신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메이크업이나 액세서리도 비행기 타기 전에 전부 검사를 받고 있는데 승무원을 항공사의 장식품이 아니라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노동자로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용모·복장 지침이 실제보다 구체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있어 승무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좀 더 일반화한 내용으로 개정했다”며 “안전상의 이유로 못 하는 것도 있지만 안전을 저해하지 않고 유니폼에 어울리는 단정한 액세서리와 화장은 지금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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