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6일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는 공정방송 약속을 지키지 않은 김 사장에 대한 MBC 사원들의 저항의 역사였다. 

친MB 정치기자로 분류되던 김 씨는 공정보도와 제작 자율성을 약속하며 사장에 취임했으나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이 큰 집에서 조인트 맞고 깨진 뒤 (MBC내) 좌파를 정리했다”고 발언하며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실체’가 드러났다.

김재철 사장은 임기 초부터 △MBC 관계사 사장 일괄사표 요구 △황희만 부사장 기습 임명 △단체협약 해지 통보 △개인평가 최하평가 R등급 강제할당 △진주·창원 MBC 강제통폐합 등을 일방적으로 진행했다.

제작 자율성은 시사프로를 중심으로 노골적인 침해를 받았다. △ ‘4대강’ 편 방송 보류 △ ‘공정사회와 낙하산’편 사전 심의 △ ‘MB 무릎기도’편 불방 지시 △MBC 라디오 졸속 개편 △김미화, 김종배 등 라디오 진행자 강제 하차 △‘여의도 1번지 사모님들’ 편 불방 등의 논란이 이어졌다. 김 사장은 2011년 反정부적인 출연진을 막고자 소위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을 내놓으며 외부출연자까지 통제했다.

2011년 9월에는 대법원 무죄 판결 받은 ‘광우병’ 편 제작진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뉴스데스크>와 일간지 광고를 통해 광우병 보도를 공개 사과하는 ‘촌극’을 연출해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짓밟았다.

   
▲ 26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 들어서는 김재철 MBC 사장에게 취재진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런 가운데 능력 있는 언론인들은 제작 부서에서 솎아냈다. 2011년 3월 간판 PD였던 최승호를 비롯한 주요 제작진을 강제 교체했고, 사측에 비판적이었던 PD들은 비제작부서로 강제 발령 내거나 R등급을 줬다. 사측에 ‘충성’하는 직원들에겐 각종 연수와 혜택을 주며 사내 갈등을 조장했다.

김 사장 재임 이후 2년 만에 와 같은 시사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추었고, 은 아이템 검열이 일상화됐다. 기자들은 취재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차가운 냉대를 받았다. 시사보도 기능이 위축되어 MBC구성원들이 언론인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때, 김 사장은 예능·드라마 성공에 따른 시청률 상승에 자화자찬했다.

때문에 2012년 1월 30일부터 시작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은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MBC 구성원 스스로의 싸움이었다. 김 사장은 파업기간 동안 셀 수 없는 배임 의혹을 받았고, 불공정보도의 책임자로서 시민들로부터도 해임 여론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김 사장은 파업 적극 참여자를 중심으로 120명을 대기발령 내고 76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최승호 PD 등 6명에겐 해고를 통보했다. 38명의 조합원은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김 사장은 장기파업으로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경력사원을 채용하며 이른바 ‘시용직원’을 탄생시켰다. 이중 보도국 시용기자는 50명이 넘었다.

‘노조 탄압’ 역시 새 역사를 썼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해 5월과 6월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노조집행부를 상대로 유례가 없는 33억 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집행부 전원을 상대로 재산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파업 기간 중에는 주요 일간지에 MBC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여러 차례 내는 ‘기행’도 보여줬다. ‘김재철의 대변인’이었던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은 지난해 6월 20일 에 출연해 “MBC는 사장한테 찍히면 3년 고생, 노조에 찍히면 30년 고생이란 말이 있다. 노영방송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경영진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은 파업 기간 중 “<무한도전>이라고 무한히 기다릴 수만은 없다. 외주제작도 검토가 가능하다”며 김태호 PD의 업무복귀를 압박하기도 했으며, 파업이 끝난 이후에는 문지애·오상진 등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을 프로그램에서 배제했다. <뉴스데스크>의 간판이었던 이정민·손정은 아나운서는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에도 나오지 못했다. 결국 오상진 아나운서는 MBC를 떠났다.

김재철 사장은 이제 MBC를 떠날 운명이지만, 그가 남긴 ‘구악’과 갈등을 청산하는 일은 MBC에 남아있는 구성원들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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