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거부로 신고한다고 협박을 해도 별수 없다. 택시기사들에게 강남역의 주말은 ‘대목’이다. 이런 날 돈을 벌지 못하면 그야말로 ‘허탕’이다.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가리는 이유는 허탕을 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왕이면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또 다른 승객이 있는 곳으로 가야 그나마 밤새워 일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회사에 매일 돈 갖다 바치고 가스 충전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요” 서울의 어중간한 곳(?)에 사는 내가 간신히 잡아탄 택시기사의 말이다. 사실 예전에는 택시기사들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다 장삿속이고 거짓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회사 택시 종사자들에게 일명 ‘사납금’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알고 나서부터 나를 수차례 지나쳤던 택시 기사들을 마냥 원망할 수는 없었다. 사납금이란 택시 기사들이 회사로부터 택시를 배정받는 대가로 매일 내야 하는 일정한 금액을 말한다. 택시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서울 시내 대부분 사업장에선 10만 원 이상의 사납금을 요구한다.
▲ 3월 9일 MBC 무한도전 방송분 '멋진 하루' 편 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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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납금제 강요 택시회사 불법인정 “손해배상 하라”
문제는 이처럼 부당하지만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납금 제도가 사실은 법에 위반된다는 점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택시기사가 이용자에게 받은 요금 전액을 사용자에게 납부하고 사업자는 이를 수령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훈령인 ‘택시 운송 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요령’에도 일정 금액의 운송 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사업자와 택시기사가 협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사업장 대부분에서 택시 기사들이 사납금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당하고 있다. 택시회사에서 사납금이라는 안정적인 수입을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납금을 비공식적으로 처리하면 세금도 안 내고 4대 보험, 간접비용도 발생 안 하거든요. 택시업체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탈법이 가능하고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니까 기사 수가 늘어날수록 이익이죠”
서울시에서 택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 일선 공무원의 말이다. 만약 택시기사가 사납금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온갖 불이익을 줘서 결국 사납금제에 서명하도록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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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변호사는 “2011년 5월에 제기한 소송은 1심에서만 무려 1년 8개월 넘게 진행되면서 그 사이 두 분은 징계해고를 당했고 한 분은 정년을 이유로 퇴사를, 다른 한 분도 징계를 못 이겨 결국 자진 퇴사 했다”며 “하지만 상대방이 항소를 했고 대법원까지 가면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몇 년은 더 걸릴 수 있는데 지급 결정된 손해액도 확정판결 전까지는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건을 맡은 변호사로서도, 수입이 전혀 없는 해고 택시기사 처지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박원순 시장 전액관리제 약속…서울시 “강제권한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후보 시절부터 “회사택시의 사납금 문제를 개혁하고 택시수급 불균형 개선, 택시의 경쟁력 및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부응해 서울시에서도 전액관리제 전면 시행 등을 담은 택시개혁 종합대책을 수차례 발표하고 통합형 디지털운행기록장치 설치 등 기술적 체계를 갖췄다고 하지만 현실은 아직 데이터 수집과 분석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과연 공언한 대로 서울시가 올해 안으로 전액관리제 정착과 합리적인 임금체계 대안을 제시할 추진력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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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서울시 택시정책팀 주무관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행정력을 동원해서 영업정지와 재정지원 등 행정처분을 통해 전액관리제를 유도할 수 있지만 직접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 권한은 없다”며 “회사와 운수종사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관할관청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가 전액관리제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위반행위 등 택시의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지도·감독해야 한다’는 정부 훈령이 허울뿐인 현실은 오늘도 택시기사로 하여금 죽음의 질주를 달리게 한다. 사납도록 멋진 하루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