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하고 심지어 한국 경찰을 폭행해도 솜방망이로 처벌해 실제 재판까지 간 비율은 100건 중 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불법체포 혐의를 받았던 미군 헌병들이 검찰 수사 중 출국해 버리는 등 주한미군 범죄가 발생해도 검경이 제대로 수사도 못하는 부당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22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주한미군 사건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검찰에서 처분한 미군 범죄 1027건 중 기소돼 실제 재판에 오른 사건은 단 57건으로 5.6%에 불과했다. 연도별로는 2010년 3%, 2011년 6%, 2012년 7%로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공개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 사건들은 불기소 처리되며, 기소되는 사건들 중에도 상당수가 약식기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한미군 관련 범죄 사건 중 기소 처리 비율은 2010년 28%, 2011년 27%, 2012년 25%로 모두 30% 미만이었다.

   
▲ 사진출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누리집
 
범죄 유형별로는 교통사고와 음주운전 등 교통법 위반 관련 사건이 536건(50.3%)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폭력 사건 211건(19.8%), 강도·절도 115건(10.8%), 성범죄 50건(4.7%)이 주를 이뤘다. 대마,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도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주한미군 범죄의 기소율이 낮은 것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군범죄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법당국에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사법당국은 여전히 주한미군에게 솜방망이 처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얼마 전에는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논란을 빚었던 미군 헌병 7명이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사법 당국의 묵인 속에 본국으로 출국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 민간인을 불법 체포해 수갑을 채운 주한미군 헌병 7명은 모두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같은 부대 소속 한 미군 병사는 한국 여성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제 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7일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는 술에 취한 주한미군이 한국 경찰을 폭행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마친 후 미군 헌병대에 인계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주한미군 범죄가 발생해도 한국의 검경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를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주한미군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불평등한 한미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도시 한복판에서 총기로 사람들을 위협해도, 국민에게 수갑을 채워 체포해도 한국의 사법당국은 미군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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