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경향신문 선임기자는 지난 20일 경향신문 온라인 판에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통진당 경선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무엇보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데 우리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 분위기에 매몰돼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기 바빴지 진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고 밝혔다.
원 기자는 당사자인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이 당당하게 여야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멀쩡하게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취재의 결론은 간단하면서도 명확했다”며 “‘유능하기로 이름난’ 대검 공안부 검사들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구속은커녕 입건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 20일 경향신문 온라인판 기사. | ||
원 기자는 이어 “진실이 가려진다고 해도 진보세력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며 “진보세력의 대통합은커녕 증오만 키웠고 사태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한국진보운동사에서 매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한 기자의 사과가 경향신문의 공식 입장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원희복 기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해당 칼럼은 모바일용 기사로, 뉴스 포커스 성격으로 쓰였으며 개인적인 사과 차원이지 경향의 공식 입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전에 편집국장을 비롯한 에디터와 상의한 후 기사가 나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원 기자는 이어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자유로우면서도 팩트의 오류 없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싣는 코너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라며 “이정희 대표가 경향신문의 공식 사과로 받아들인다면 과잉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간 후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트위터에 “경향신문. 늦었지만, 다행입니다”고 밝혔다.
원 기자는 현재 모바일팀 소속으로 매일 경향신문 모바일과 인터넷판에 <뉴스 플러스>라는 칼럼 형식의 기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사가 나간 후 21일부터는 편집국의 방침에 따라 주관이 강한 ‘포커스’ 꼭지 없이 ‘뉴스 브리핑’만 나가고 있다. 이 대표 등 여론의 과민 반응에 대해 경향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게 내부 기자들의 말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이대근 편집국장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답변을 피했다.
▲ 원희복 경향신문 기자 페이스북에서 갈무리. | ||
홍 대변인은 지난 21일 원 기자의 페이스북을 방문해 “진실과 정의를 지켜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당사자였던 우리 당원들 한분한분이 잘 알고 있다”며 “용기 있는 기사 감사드린다”고 글을 남겼다. 원 기자도 “죄스럽습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