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는 성공은 다양한 질문을 낳았다. 도대체 왜 성공했을까. 다른 사람도 싸이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싸이의 성공은 한류의 성공을 의미하나…. KBS 한류추진단이 21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PSY Before&After - 한류 지속발전의 조건’ 세미나에서도 같은 질문이 등장했다. 

답은 다양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싸이가 기존 한류스타와는 다른 차별성으로 독자적 성공이 가능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싸이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한류라는 틀을 벗어나서 가능했다. 원더걸스나 보아는 미국시장에서 볼 때 미국의 팝 음악을 흉내 낸 모조품에 가까웠지만 싸이는 순수하게 자신의 정체성으로 세계적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싸이만의 정체성은 무엇이었을까. 이택광 교수는 “‘강남스타일’은 모래 깔린 놀이터에서 선탠을 하고 썬 캡을 쓰고 파워 워킹을 하는 모습 등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강남문화를 풍자하고 있다”고 밝힌 뒤 “싸이는 스스로를 서구 미디어에 등장하는 우스운 아시아인 캐릭터로 연상시키게끔 했다”고 지적했다. 싸이의 성공은 한류와 관계없는 본인의 ‘능력’ 덕분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제프 벤자민 美대중음악 전문가는 KBS한류추진단과 인터뷰에서 “과거 K-POP 비디오를 많이 봤지만 다들 화려하고 예쁘기만 했다. 싸이처럼 자신을 망가뜨리고 루저 처럼 행동하면서 남을 웃기는 한국 가수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가 “세계는 다양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싸이는 그 다양성에 다른 하나를 보탠 것”이라 말한 것과 연결된다. 

이 교수는 이어 “싸이는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쏟으며 서양에서 할 수 없는 것을 보여줬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질적 전환이었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14억 명의 누리꾼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유튜브(Youtube)로 보고, 이 중 상당수가 싸이의 국적과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를 묻게 되었다는 것이다.

   
▲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한 장면.
 
이 과정에서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는 문화상품의 유통에 신개념을 만들며 미국 시장의 유통망을 뚫는 결정적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지적이다. 맥스 피버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가 없었다면 ‘강남스타일’ 인기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강남스타일’은 유통과 확산과정이 기존과는 달랐다. 싸이의 성공은 디지털시대의 가치인 개방·참여·공유가 잘 결합된 결과였다”고 분석했다. 도준호 교수는 “‘강남스타일’은 저작권을 포기하며 패러디를 허용했고, 유행을 주도하는 유명 인사들의 SNS(트위터, 페이스북)로 홍보되며 디지털 문화와 궁합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싸이의 성공은 그만의 의외성과 독창성에 세계가 반응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비번 美음악전문지 기자는 “아무도 싸이의 음악과 춤 같은 건 경험해보지 못했던 점이 성공요인이다. 싸이와 K-POP 사이에는 차별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싸이가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고 K-POP이 하나의 현상이 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싸이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에 의한 우발적인 것이 아닌 한류의 연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충민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싸이의 음악은 전적으로 미국음악을 답습하고 있는 팝(POP)이다. 한국스타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 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싸이의 연출의 힘이다. 지금까지 한류를 이어온 노하우가 쌓이며 연출이 진화해 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남스타일’이 “진화된 K-POP의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각차는 한류를 이끌어내는 방법론에서 차이를 발생시킨다. 맥스 피버 기자는 “K-POP은 ‘강남스타일’같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보다 창조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게 하는 걸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반면, 제프 벤자민은 K-POP의 성공조건으로 “미국 가수들처럼 라디오에 출연하고 기자를 만나고 TV에 나가 최선을 다하는 전형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택광 교수는 “싸이는 미국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생산할 수 없는 상품이다. 결국 상품으로 소비되기 위해선 캐릭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뒤 한류의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한국적인 것에 대해 재정의하고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혼전성 자체를 받아들이며 새롭지만 익숙한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