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꼼수다’ 멤버이자 국민TV설립준비위원회 위원인 김용민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그를 만날 때마다 넘치는 아이디어에 놀라고, 세상을 솔직하고 위트있게 표현해내는 능력에 놀랐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그의 글에선 평소 느꼈던 즐거움을 만나지 못했다. 오히려 불쾌감이 들었다. 그가 사실을 왜곡한 주장으로 미디어오늘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넘겨짚기, 확대재생산…미디어오늘의 집요한 ‘검증’ 고맙습니다. 어쨌든 그것도 관심의 한 표현일 테니까요. 그런데 혹시 그것이 국민TV에게만 유독 집중적인 것은 아닌지 자성해주세요. 참 지난주에 광고국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광고해달라고.”라는 글을 올렸다. 9일 밤 동료 기자가 국민TV 관련 기사를 올린 바로 다음 날이었다. 해당 기사에는 발기인 모집에 대한 소개와 함께 국민TV가 고민하고 보완해야할 문제들을 지적한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충고가 실려 있었다.
 

   
사진출처=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공식 블로그
 
김용민 위원은 이어 “미디어오늘은 이제 편향된 시각을 버리기 바랍니다.…설익었다느니 질다느니 하며 마치 개국 후 1년이나 지난 방송인양 인상비평 폭탄을 퍼붓고 있습니다.…지난주 광고국 통해 광고를 달라고 연락하셨는데, 그 조건이 미디어오늘에 대한 지면 광고라면 응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또 적었다.
 
그러자 해당 글에는 “결국 광고 안 써줘서 똥을 싸 놓은 거군요. 미디어오늘”이란 댓글이 달렸다. 미디어오늘이 기사를 광고로 바꿔치기하는 여느 못된 신문사와 같은 구태를 보였다는 맥락으로 읽혀진 것이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아마도 이 댓글 작성자가 느낀 맥락과 비슷하게 김 위원의 글을 읽었을 것이다. 미디어오늘의 기자들도 그렇게 읽었다.

미디어오늘은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국민TV측에 공문을 보내 사과 및 재방방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원했던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의 글로 인해 지금껏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켜낸다는 뜻을 품고 꿋꿋이 ‘기자질’을 해온 미디어오늘 기자들의 가슴에는 시퍼런 멍이 들었다.
 
사실관계를 따져보자. 미디어오늘 마케팅국에서 국민TV설립준비위원회 사무국에 광고협조를 요청한 것은 3월 7일(목)자 경향신문에 국민TV광고가 게재된 직후였다. 김 위원이 페이스북에서 구체적으로 문제를 삼았던 기사는 3월 9일(토) 저녁에 출고됐다.
 
국민TV 조상운 사무국장은 7일 광고 게재 여부에 대해 3월 11일(월)까지 회신을 주겠다고 답변했다. 국민TV가 광고게재를 거절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광고 요청을 거절해서 비판기사를 낸 것처럼 오도한 점은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인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또한 국민TV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편향적이지 않았다. 지난 1월 9일자 사설에서는 “뉴스타파, 국민TV 등 대안언론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질식할 것 같은 극우일변의 언론판을 깨려는 시도는 시기적절하고 필요한 일”이라고도 밝힌 바도 있다. 여러차례 기사를 통해 국민TV의 활동을 소개하고 알렸다. 김용민 위원도 미디어오늘 기사를 트위터에서 RT까지 하지 않았던가  

미디어오늘은 동시에 국민TV운동의 한계나 예상되는 난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는 미디어비평지로서 당연한 책무이며, 기자로서 마땅히 갖게 되는 비판적 사고의 연장이다. 미디어오늘은 과거 대안방송을 표방했던 운동들이 여러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어떤 한계를 드러냈으며, 심지어 사라져갔는지 알고 있다.
 
국민TV는 학계·언론계·시민사회에서 응원을 받고 있는 동시에 물음에도 직면하고 있다. 국민TV앞에 놓인 현실적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다들 궁금해 하고 있다. 플랫폼이나 수익구조 등이 취약하다는 우려도 있고, 조합원을 위한 조직인 협동조합이 언론운동에 적합한 것이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셋톱박스 형식의 플랫폼이 시청자에게나 사업운영상 매력적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 이 같은 물음과 우려들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디어오늘 역시 그 누구에게나 비평의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미디어오늘의 기사에 대해 편향적이라고 비평한 것은 전적으로 김 위원의 언론비평 영역이다. 하지만 김 위원의 글에서 ‘광고’를 운운하는 대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 비판이나 비평의 영역이 아닌 무책임한 사실왜곡이다.  

김용민 위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디어오늘 경영관련 부서에서 기사논조와 광고 제안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다양한 방식으로 밝혀왔습니다. 이 점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그에게 해명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디어오늘이 김 위원에게 요구한 건 ‘알려왔습니다’가 아니라 사실왜곡과 명예훼손에 대한 사과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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