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는 데뷔 초창기 가수 손담비를 닮았다. ‘여자 비’라고 불리면서 기대를 끌어 모았지만 좀처럼 뜨지 않았다. 한동안 “뜰 것 같은데 절대 안 뜨는 가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미쳤어’라는 노래와 의자 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면서 결국 ‘확 떴다’. 이제는 누구도 손담비를 ‘여자 비’라고 부르지 않는다. 스마트TV가 뜬다는 이야기도 꽤 오래 됐지만 반응은 아직 신통치 않다. 스마트TV에는 결정적인 뭔가가 없다.

이동섭 SK증권 연구원은 “스마트TV는 가격과 성능, 서비스 어느 측면에서도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50%까지 가격은 더 비싼데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스마트TV는 여전히 그냥 TV일 뿐이다. 스마트TV 구매자의 50% 이상이 인터넷 연결조차 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TV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과 기존 콘텐츠를 스마트TV에 집어넣는 게 관건인데 그 확산 시점이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TV도 스마트폰과 비슷한 성공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C)와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를 포괄하는 새로운 밸류 체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은 “애플을 아이폰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단순히 디바이스를 잘 만들어서 성공한 게 아니라 매력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확보한 게 성공 비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광의의 스마트TV 시장에서 과연 디바이스 사업자가 헤게모니를 잡게 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KT나 SK텔레콤 같은 통신 사업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빌트인 형태로 셋톱박스 없는 스마트TV를 출시하고 있고 디바이스 중심의 플랫폼을 확산시키려 한다. KBS나 MBC, CJE&M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도 자체적으로 푹이나 티빙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콘텐츠 플랫폼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시작해 아이패드와 아이맥, 맥북, 아이TV까지 디바이스의 수직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디바이스 기반이 없는 구글은 앱장터를 확장해 다양한 스마트TV와 셋톱박스에 자신들의 플랫폼을 심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구축한 애플과 구글의 헤게모니가 스마트TV까지 확산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 연구원은 “통신사업자들이 유무선 통합과 N스크린 전략으로 주도권을 지키려 하겠지만 스마트폰에서처럼 애플과 구글이 뒤늦게 뛰어들어 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면서 “망중립성도 중요한 이슈가 될 텐데 결국은 적정 수준에서 트래픽 부담을 나누면서 개방적인 네트워크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C-P-N-D 가운데 어느 사업자도 스마트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디바이스에 매몰되지 말고 여기에 어떤 플랫폼과 어떤 콘텐츠를 담아낼 것인지에 주목하라는 이야기다. 화면이 커지는 걸로는 부족하고 주문형 비디오도 새롭지 않다. 적당히 TV와 PC를 결합하는 것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N스크린 서비스가 유행이지만 아직은 지배적인 플랫폼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본방 사수 문화가 사라지면서 광고 시장도 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존의 위기와 새로운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TV의 핵심은 양방향성과 허브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휴대전화에서 모바일 PC로 발전한 것처럼 스마트TV도 TV 수상기에서 인터넷 서핑과 게임, 교육, 동영상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는 홈 PC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은 “TV를 중심으로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TV 대중화를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이를 테면 강화된 음성인식이나 동작인식 같은 진화된 인터페이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N스크린 활성화를 통한 TV의 허브화는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플랫폼 통합으로 인한 호환성 확보와 하드웨어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