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이 KBS제3라디오의 주파수였던 639kHz를 할당받아 AM방송을 신설해 미국 국무성(BBG)이 운영하는 VOA(Voice Of America, 미국의 소리)를 10시간 편성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VOA는 대표적인 대북선전매체이며, 극동방송은 이 같은 편성을 대가로 1000만 달러(약 110억원)를 받을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지상파가 공공재인 전파를 미 정부에 넘겨주는 시도 아니냐는 사회적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극동방송(FEBC)의 2012년 1월 30일자 지사장회의 보고서 가운데 ‘CONFIDENTIAL’(외부 보안 유지)이 붙은 ‘BBG(VOA) AM 방송 설립 추진 현황’ 문건에 따르면 극동방송은 미 국무성과 합의에 따라 북한 전용방송국을 설립할 계획이다.

문건에 따르면 2011년 10월 美상원 예산심의위가 해당 사업에 대한 1000만 달러 예산을 의결했으며, 그 해 12월에는 美국무성과 극동방송 간의 운영합의서가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국명은 극동 제2AM(가칭)이며, 출력 주파수는 과거 KBS제3라디오가 썼던 639kHZ로 나와 있다. 방송구역은 최대 700km로 북한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극동방송 지사장회의 문건 중 미 국무성 미국의 소리 방송 설립 추친 현황이 담긴 페이지.
 

극동방송은 해당 문건에서 현안 과제로 ▶기존 극동AM방송을 제1AM으로 하고 신규 AM방송을 제2AM방송국으로 조정 ▶BBG방송 10시간을 제외한 극동방송 14시간에 대한 방송편성 및 차별화 방안 강구 등을 적어 놨다. 보고서에 나온 향후 일정에 따르면 2012년 2월 방통위에 허가 신청을 하고 10월 개국이 목표로 나와 있다.

해당 보고서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에게 본사와 지역사 간부들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보고서만 보면 미 국무성이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 방송 개국을 극동방송이 한국전파로 도와주는 것과 같다.

극동방송이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난 BBG AM방송 설립은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선전방송을 복음을 표방하는 지상파에서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내보내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극동방송은 지금도 AM 1188KHz에서 매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VOA 한국어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문건에 드러난 계획은 이를 신규 채널 전체로 확장시키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복음을 표방하는 극동방송의 설립취지와 어긋난다. 논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문제”라고 말했다. 교계 사정에 밝은 한 언론계 인사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는 미국과 굉장한 인프라가 있다”며 “미국의 소리는 미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곳인데 이를 한국의 전파가 도와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 극동방송 사옥. ⓒ극동방송 홍보영상 갈무리.
 

현재 극동방송이 원하는 주파수 허가는 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전파방송관리과 이희성 사무관은 “2012년 3월 경 극동방송으로부터 허가신청서가 들어와 검토 중이다. 주파수 차원에서 볼 때 큰 혼선이 없다면 승인 될 것이다. 공익성이나 공정성 여부는 정책국이 판단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승인 이후 콘텐츠 위반 사항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판단할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밝은 한 방송사 관계자는 “방통위 실무담당자로부터 6월 이전에는 극동방송에 주파수를 내줄 것이라 들었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주파수 사안이 방통위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될 경우 극동방송의 주파수 승인이 지금보다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극동방송 기술국 관계자는 “(주파수 승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진척사항이 많이 없다. 정부조직개편안 등 고려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김경화 극동방송 홍보국장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확정된 것이 없다.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VOA를 3시간씩 편성해 내보내는 이유에 대해선 ”방송의 모든 취지가 복음 때문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극동방송의 BBG AM방송 설립 추진 당시인 2012년 미국의 소리(VOA) 서울지국장이었던 김현주씨(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국 워싱턴 본사에 문의하라”며 관련 답변을 피했다. 현 VOA 서울지국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알려드립니다]

위 기사 관련, 극동방송 재단 김장환 이사장의 신상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주장성 내용이 편집상의 실수로 노출돼 이를 삭제 조치하였습니다. 김 이사장의 명예에 누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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