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첫 방송 된 KBS 2TV <최고다 이순신>이 극중 주인공 이름 때문에 뜻하지 않은 소송에 휘말렸다.

친일잔재를 청산하고 한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취지로 약 30여명이 활동하는 청년모임 DN(Designed Nation)은 지난 6일 “드라마를 통한 이순신 이미지의 재창조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서울지방법원에 ‘드라마 제목, 주인공이름 사용금지 및 방영금지와 저작물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번 가처분신청에 참여한 DN에서 활동 중인 고희정씨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은 아직까지 전범국가 일본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해 매주 위안부 피해자들이 수요집회를 하고 있다. 일본 우익은 프랑스 교과서까지 침투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KBS가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이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을 희화화할 경우 이순신은 젊은 세대에게 아이유로만 남을 것이고 한류열풍을 타고 드라마가 해외에서 방영될 경우엔 심각한 국가적 명예 훼손이 일어날 것”이라 우려했다.
 

   
▲ KBS '최고다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아이유. ⓒKBS
 

실제로 지난 방송에서 주인공 신준호(조정석 분)가 극중 이순신(아이유 분)을 가리켜 “이 100원 짜리야”라는 표현을 했고, 이순신의 면접 장면에서는 면접관이 “이순신이 본명이냐. 정말 본명이면 해경에 지원하거나 독도나 지키는 게 어떠냐”고 농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며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고희정씨는 “예전엔 초등학생이 존경하는 인물 1·2위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었지만 지금은 김연아와 유재석”이라고 지적한 뒤 “미디어의 영향력이 높아진 만큼 극중 인물의 이름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DN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순신이라는 국민존엄성과 맞닿는 고유명사를 훼손할 권리가 KBS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고다 이순신>을 연출 중인 윤성식 KBS 드라마 PD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드라마의 내용 자체를 봐야 한다”며 DN측 주장에 대해 “드라마 제목을 바꾸라고 할 이유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은 제작에만 전념할 것”이라며 제목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이순신’이란 이름이 드라마의 극적 장치 중 하나일 뿐인데 지나친 반응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한편 <최고다 이순신>은 10일 방송에서 24.3%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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