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tvN ‘SNL코리아’ 시즌4 첫 방송. 시즌3의 성공으로 기대치가 높았던 걸까. 최민수와 이문식이 호스트로 출연한 1회·2회 모두 기대 이하였다. 패러디는 곳곳에서 보였지만 작위적이었고, 사회 풍자는 흐름이 뚝뚝 끊겼다. 안영미를 내세운 19금 코드는 채널을 고정시켰지만 그 수준은 저급해보였다. 강용석은 등장만으로 불편했다.

8일 오후 상암동 CJ E&M 본사에서 만난 안상휘 ‘SNL코리아’ CP는 1·2회 분을 두고 “이문식씨의 경우 너무 얼어있었다. 강용석씨는 시선처리에 문제가 있었다. 글로벌 텔레토비는 이제 캐릭터의 겉멋만 보여준 수준이다. 지금은 작가·PD 모두 감을 잡고 손발을 맞춰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

tvN 개국 멤버로 SNL코리아 시즌1부터 제작에 참여해온 안 CP는 늘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즌4를 제작하며 쌓인 노하우로 금세 극복할거라 자신했다. “9일 이영자편에서 정치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다듬었다. ‘텔레토비’ 코너의 핵심은 긴장감인데 ‘정으니’(北김정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음모와 갈등을 만들어갈 것이다.”

한 주간 뉴스를 위트 있게 전하는 ‘위캔드 업데이트’의 경우 SNL코리아의 ‘히로인’ 김슬기를 투입시켰다. 그는 “대선 때는 후보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작은 것 하나에도 관심이 많고 캐릭터 갈등도 첨예했지만 지금은 정치시즌이 끝나고 정치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도 줄어들어 풍자의 수위나 내용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tvN ‘SNL코리아’ 시즌4.
 

풍자 아이템과 그 수위는 늘 편집회의에서 논쟁의 대상이라고 했다. “젊은 제작진은 거침이 없어 직접적인 풍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에서 직접 바보 같은 행동을 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40대 이상 시니어들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이다. 조율은 항상 어렵다.” 그래도 주니어와 시니어 모두 동의하는 가치는 있다. ‘성역 없는 패러디’다.

‘이엉돈PD의 먹거리 X파일’코너는 채널A 프로그램에 대해 직접적인 광고 효과를 줬다. 9일 방송에선 CJ와 경쟁관계인 영화사가 만든 ‘7번방의 선물’을 포맷으로 콩트를 풀어나간다. MBC ‘아빠! 어디가’도 패러디할 예정이다. 안상휘CP는 “하나하나 따지게 되면 소재에 제약이 생긴다”고 말한 뒤 “신동엽씨에 따르면 이번 시즌에는 이영돈PD가 실제로 한 번은 SNL코리아에 출연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지상파 예능, 솔직·참신 떨어져…우린 대중의 욕망 그대로 반영”

tvN이 신동엽을 영입하고 김슬기·안영미·박재범 등 막강한 출연진을 갖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안상휘CP는 “처음엔 매번 프로그램 존폐의 위기 속에 섭외를 진행했다. 방송 1주 전에 섭외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케이블에서 제일 유명한 예능프로그램이 되었고, 종편을 넘어 지상파까지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안CP는 “최근 JTBC에서 선보인 ‘썰전’이나 MBC 봄 개편에서 예고한 ‘컬투의 베란다쇼’를 보면 SNL코리아의 성공요소들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뒤 “방송가에서 SNL에 대한 모니터링이 치열한 상황에서 타 방송사 관계자들도 ‘이제 우리도 저런 프로그램을 해도 되겠다’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이라 밝혔다.

SNL코리아는 예능에 시사풍자를 접목시키고 여기에 19금 개그코드를 부담스럽지 않게 드러내며 젊은 성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안CP는 “우린 지상파 예능처럼 겉으로 힐링이나 휴머니즘을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뒷 담화와 성적 유희, 정치 이슈처럼 성인들이 갖고 있는 욕망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 tvN 'SNL코리아' 안상휘 CP. ⓒtvN 제공
 

그는 이 같은 tvN의 ‘자유분방함’이 김석현·신원호·나영석 등 KBS 스타 PD들을 CJ로 이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예능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미디어에선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지만 지상파는 과거의 형식을 고집하거나 아님 연예인을 고정된 틀에 맞추려고 해 재미가 없다”고 말한 뒤 “지상파 출연자들 역시 TV에서 좋은 면만 보여주려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점점 가식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KBS 예능PD들의 이직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가 가장 큰 동기였던 것 같다”고 말한 뒤 “초기엔 다들 (시청률과 제작시스템에) 멘붕을 겪었지만 그럴수록 분 단위까지 분석하며 디테일과 경쟁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응답하라 1997’의 경우 회사가 아무 간섭 없이 PD와 작가에게 완전히 믿고 맡긴 점이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안CP는 지상파 예능도 점차 형식이 다양해질 거라 내다봤다. “지금 예능은 크게 토크와 야외 버라이어티, 그리고 오디션으로 대표되는 리얼리티로 구분되는데, 점차 연예인 신변잡기나 대본에 의한 버라이어티 형식을 벗어나는 예능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지상파는 덩치가 커서 PD 개인이 프로그램을 움직이기 쉽지 않고, 여러 가지 걸려있는 게 많아서 시청률이 검증된 포맷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모험이 어려울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tvN은 올해도 젊은 층 코드에 맞는 공격적 편성을 준비 중이다. 안CP는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의 시즌2 개념인 드라마를 8월까지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나영석 PD의 첫 작품은 연예인 없이 일반인이 야외에서 하는 콘셉트로 기획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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