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대한민국 특전사 수송기가 한라산에서 추락한 사건을 취재하던 KBS 제작진이 최근 제작중단 지시를 받아 논란이다.

이 사건은 1982년 2월 5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제주 순시 경호를 위해 제주를 향하던 특전사 수송기가 한라산에 추락한 뒤 정부에 의해 경호작전이 아닌 ‘대 침투 한라산 봉황새 작전’으로 왜곡 발표되었으며, 방송에선 여태 다뤄진 적 없는 이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사실을 전한 뒤 “취재 중이던 아이템이 이해할 수 없는 총국장의 제작 불가 방침에 의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KBS 제주총국 <시사파일 제주> 제작진은 지난 1월 31일 제주편성제작국장에게 아이템 승인을 받고 2월 14일 방송 예정으로 취재에 나섰다. 제작진은 유가족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해당 부대인 특전사와 공군 취재까지 진행했다. 

   
▲ 서재철 전 제주신문 기자가 1982년 2월7일 한라산 개미등 계곡에서 직접 촬영한 추락 군용기 사진.
 

하지만 2월 4일 이종화 제주총국장은 편성제작국장을 통해 해당 아이템이 “강정 해군기지 사업 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방송 보류를 지시했으며, 이후에는 “제주총국 제작은 안 된다. 본사 제작은 괜찮다”고 밝혔다. 취재에 나섰던 담당PD는 최근 인사이동으로 서울 발령을 받았다.

이를 두고 KBS새노조는 “도대체 31년 전 군용기 추락이 어떻게 해군기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총국장은 31년만에 힘겹게 입을 열어준 유가족에게 취재 중단 사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새노조는 이번 사건이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KBS 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새노조는 “최근 공영방송 KBS가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왜곡하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번 제주총국 사건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라고 지적한 뒤 “방송편성규약을 위반한 이종화 총국장을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 KBS '시사파일 제주'.
 

이에 대해 강인창 <시사파일 제주> CP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가편집을 해놓은 상태도 아니었고 취재도 절반 정도 진행된 수준이기 때문에 불방이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강인창 CP는 “제작진은 유가족 중 단 한 분을 인터뷰 했으며 대다수 유가족은 사고 이후 보상도 잘 받고 사후처리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종화 총국장의 ‘해군기지’ 발언에 대해선 “제주는 민·군이 해군기지 갈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해당 아이템으로) 군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부각되면 갈등을 해결하는데 좋지 않다고 판단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인창CP는 “이 사건은 이미 다른 매체에서도 다룬 사안이며, 무엇보다 우리는 유가족들에게 어떤 것이 더 명예로울지를 고민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라산에 이들의 추모비가 있는데 침투작전으로 숨진 것으로 나와있다. 그런데 (전두환을) 경호하다 죽었다고 하면 그들의 죽음이 폄훼될 수 있다. 그것은 유족에게 명예롭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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