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4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통합당은 고민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일단 민주통합당은 7일 노원병 재보궐선거에서 자당 후보를 출마시킨 후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원내 제1야당으로서 후보를 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지금 재보궐선거 모든 지역의 후보를 내고자 하며, 관련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은 선거승리를 목표로 하는 허겁지겁 야권연대가 아닌 미래비전 야권연대를 추구하고자 한다”며 “국민과 유권자의 태도와 입장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전체의 질서재편에 대한 공동의 논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떠한 정치적 결정도 국민들에게는 야합으로 비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이상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의석을 따내기 쉽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안 전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전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안 전 후보와 경쟁할 마땅한 명분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후보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다만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재보궐선거에 대한)당론 결정은 나중에 이루어지겠지만 지금 당의 입장을 묻는다면 당연히 후보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공식 논의에 돌입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이 같은 발표는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안철수 전 후보가 나오는데 후보를 내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일종의 안철수 전 후보를 압박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후 미국으로 출국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가 당시 공항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오는 3월 10일 귀국해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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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후보방침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당권도전을 선언한 이용섭 의원은 6일 P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해 대선에서 안 전 후보에 부채를 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안 후보가 들어오면 앞으로 정치 행보에 대해 얘기를 들어본 후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와 상의 후 후보방침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이동섭 노원병지역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되는 상황인데, 이 위원장이 출마할 경우 최소한 15%이상은 득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민주당으로서는 안철수 전 후보와의 경쟁이 어려워도 안 전 후보를 저지할 수 있는 동력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안 전 후보가 정계에 복귀하면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선 안철수 바람을 어느 정도 견제해야 할 목표도 있다. 최근 민주통합당 내에서 대선 패배에 대한 안철수 책임론이 언급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또한 아직 안 전 후보가 귀국 전인데다 민주당 후보 방침에 대해 안 전 후보 측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박용진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 측과 아직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당의 방침을 물어보면 그와 같은(7일 브리핑)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후보 측은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다. 정기남 안 전 후보 캠프 비서실 부실장은 7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순한 세력변화, 단일화 프레임만으로는 국민적 신뢰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라며 “각자의 입장과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들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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