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제3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거액을 투자해 단독 중계권을 따내며 ‘WBC 특수’를 노렸던 JTBC도 ‘시름’에 잠겼다. JTBC의 ‘득실’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도한 중계권료가 국내 방송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은 5일 열린 B조 1라운드 대만과의 경기에서 3대 2로 역전승을 거뒀으나, 같은 조 대만과 네덜란드에 밀려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네덜란드와의 첫 번째 경기에서 5대 0으로 대패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실낱같은 기대를 품었던 국내 야구팬들은 아쉬움을 쏟아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해설자로 데뷔했던 박찬호씨도 2라운드 진출 실패가 확정되자 중계 도중 짙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JTBC, WBC로 100억 날렸다?… 중계권료는 어디로 갔을까
 
탈락이 확정되자, 네티즌들의 관심은 JTBC에도 쏠렸다. 트위터에서는 ‘JTBC가 중계권료로 100억을 투자했다더라’는 말이 돌면서 JTBC를 ‘조롱’하는 트윗들이 쏟아졌다. ‘120억 들여서 WBC 다큐 3일을 찍었다’거나 ‘WBC 중계하자는 아이디어 냈던 간부는 울고 있을 것’이라는 식의 장난 섞인 추측들이다. 모두 ‘중계권료로 거액을 날렸다’는 판단에 기초한 반응들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지상파 방송사의 관계자 A씨는 6일 통화에서 “JTBC가 수지가 안 맞아서 타격이 크거나 이런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 인지도를 제고하려는 목적에서 중계권을 확보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손해를) 어느 정도는 예상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채널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본 건 맞다”며 “(JTBC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방송된 한국과 네덜란드전은 7.5%(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광고 제외)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4일 열린 호주전의 시청률은 6.7%였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12.2%를 기록했다. 5일 열린 마지막 경기 대만전 시청률은 6.9%였다. JTBC가 내심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종편의 평균 시청률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 ⓒJTBC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JTBC가 중계권료로 최소 650만달러(약 70억원)를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상파3사가 모여 만든 ‘코리아풀’이 지난해 협상을 진행했을 당시, WBC 사무국이 최초로 제시했던 금액이 1000만달러라는 사실에 근거한 추정치다. JTBC는 코리아풀이 1차로 140만달러를 제안한 뒤 후속 제안을 내놓기 전에 WBC 측과 협상을 벌여 중계권을 따냈다. 
 
JTBC는 이를 통해 지상파, 케이블TV, 위성TV, IPTV, 인터넷, 모바일 등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이후 JTBC는 지상파를 비롯한 각 방송사의 뉴스에 자료화면으로 쓰일 WBC 경기 화면을 판매했다. 액수는 방송사 당 3000만원 선으로 알려진다.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생중계, 하이라이트, 다시보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포털사이트 네이버 측도 적지 않은 금액을 JTBC에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WBC 중계를 계기로 JTBC의 각종 광고매출도 증가했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마냥 중계권료를 ‘공중에 날렸다’고 단정하기만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JTBC 측도 꼭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WBC방송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신 편성제작총괄상무는 6일 통화에서 “우리 대표팀의 실력이나 성적을 믿고 한 건데 의외의 결과가 나오니까 당황스럽긴 하다”면서도 “효과가 기대만큼은 없었지만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개막을 앞둔 지난달 28일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JTBC를 방문한 시청자들이 여타 콘텐츠를 접하다보면 어느 정도는 전체 시청총량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무형의 수익’을 기대한다는 뜻이었다. 홍보팀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채널에 대한 인지도 제고 효과를 노렸던 게 제일 컸다”며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 중계는 종편으로서 괜찮은 시도”라고 말했다. 
 
 
중계권료 ‘거품’ 문제없었나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JTBC가 지불한 중계권료가 과도한 수준이었다는 비판이 많다. 케이블의 한 스포츠채널 관계자 B씨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는 걸 업계 사람들은 다 안다”며 “좀 과하게 준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JTBC가 지불한 것으로 추정되는 최소금액 650만달러는 지상파 1개사가 국내 프로야구를 3시즌 동안 중계할 수 있는 돈이다. 한 시즌당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500경기가 넘는 경기가 포함된 금액이다. 
 
지상파의 다른 한 관계자 C씨는 “지상파3사가 공동대응을 해서 (가격을) 많이 낮추려고 노력했는데, ‘밀당’의 여지를 JTBC가 막아버렸다”며 “(WBC 측에서) 당연히 앞으로는 이 금액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JTBC가 WBC 중계권료의 거품을 키워 놓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JTBC가 중계권을 따내면서 WBC 측과 다음 대회 중계권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따낸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A씨는 “분명히 그걸 집어넣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JTBC가 중계를 계속 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차기 대회의 중계권료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 WBC 측이 우선협상권을 보장하는 대가로 일정 비율 이상의 인상폭을 보장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JTBC가 일정한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인상된 금액을 주고 중계권을 확보한다면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문제는 JTBC가 중계권을 포기하거나, WBC 측과 협상에 실패할 경우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JTBC가 껑충 올려놓은 중계권료를 고스란히 부담하지 않는 이상,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C씨는 “아주 나쁜 선례가 된 것”이라며 “우리(지상파)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JTBC 홈페이지.
 
 
첫 야구 중계 JTBC… 박찬호만 보였다?
 
JTBC가 야심차게 준비한 중계방송도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가 많다. JTBC는 지난 1월 ‘WBC 방송단’ 발대식을 열어 일찌감치 방송 준비에 매달렸다. 방송 제작진은 대회 개막 한 달여 전부터 대만에서 방송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C씨는 “경험은 부족하고 욕심은 많아서 서투르기 짝이 없었던 방송”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치장에 신경을 많이 섰지만, 가장 기본적인 걸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계방송 곳곳에선 ‘빈틈’이 발견됐다. 이닝이 끝나고 광고가 나간 뒤 현장 화면으로 넘어왔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카메라에 비춰진 해설진의 비디오와 오디오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광고가 끝나고 현장 화면으로 돌아왔더니 이미 경기가 속개되고 있던 경우도 있었다. 
 
C씨는 “JTBC의 잘못은 아니지만 대만 현지 중계진이 제공했던 화면의 질도 형편없었다”며 “당연히 (중계권) 판매자인 메이저리그나 방송을 담당했던 대만 측에 컴플레인(불만제기)을 했어야 하는데 JTBC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영신 단장은 “당연히 중계경험이 많지 않은 스텝으로 운영하다보니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유심히 보면 (3차전) 대만전은 매끄럽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국제신호가 미흡했던 부분도 있다”며 “일본은 카메라가 20대인데, 대만 같은 경우는 10대 밖에 없었다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채널 자체의 ‘한계’를 언급한 목소리도 있었다. B씨는 “지상파에서 중계를 했다면 붐을 일으키는 역할도 했을 것”이라며 “호응을 이끌어 낸다는 측면에서 주관 방송사로서의 역할도 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중계방송 내내 이어졌던 가상광고의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박찬호 ‘해설위원’의 발굴은 눈에 띄는 성과였다. 이번 WBC 대회를 통해 해설자로 데뷔한 박 해설위원은 침착하고 솔직담백한 해설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선수생활 경험을 살려 상대팀의 전략이나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 해설은 ‘감정’에 호소했던 기존의 해설과 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다. 
 
홍보팀 관계자는 “이런 국제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 중계를 안 해본 것보다는 해보면서 (얻은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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