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한 자리에서 만나 최근의 심경을 전하며 진보· 보수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는 언론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대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최근 의원직을 상실했다. 표창원 전 교수는 지난해 일명 ‘국정원 여직원 사건’ 당시 철저한 수사를 주장하다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두 사람은 6일 KBS 라디오공개홀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새노조) 파업 1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최근 ‘백수’가 된 심경을 이야기하며 언론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세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노회찬 대표는 의원직 상실에 대한 심경을 묻자 “의원직을 분실했다고 생각한다. 분실 신고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뒤 “(나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국정이 바쁜 사람에게 사면을 구걸하긴 싫다”고 말하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최근 판결로 1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KBS 새노조 파업1주년 기념 토크쇼에 참석한 노회찬 전 의원과 표창원 전 경찰대교수가 정세진 아나운서로부터 소개를 받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옆에 있던 표창원 전 교수는 “분실이 아니라 도난당한 것”이라며 거들었다. 그는 노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두고 “사법부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본안 사건 자체의 문제를 봐야 하는 사법부가 알리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어서 두고두고 논란이 될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노회찬 대표는 “대법원 판결은 안기부 도청 내용(삼성X파일 관련)이 공공의 관심사가 아닌 개인의 대화인데 이걸 구태여 폭로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당시 사건으로 삼성그룹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8천억의 사회환원금을 내놨고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은 주미대사직을 사임했다. 공공의 관심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 대표는 이어 “사법부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떡값 검사 실명을 준 것은 면책특권인데, 인터넷에 올려 국민에게 바로 전달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1인 미디어시대에 국민을 미디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 비판했다.

노 대표는 “사법부는 입법·사법부 못지않은 권력을 갖고 있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사법부에 대한 견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사법부 횡포로 희생당했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사법부 견제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당부했다.

 

표창원 전 교수는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언론의 자유다. 나는 헌법에 나와 있는 자유를 지키고 싶다”며 국정원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국정원 사건은 하나의 범죄사건이지만 정치적 문제가 걸려있었고 진실을 막는 거대한 힘이 있었다”며 “형사의 한 사람으로서 그 힘을 제쳐두고 진실을 보고 싶어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가 경찰대 교수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장준하 선생님처럼 될 까봐 아내가 산에 못 올라가게 하는 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토크콘서트를 관통하는 주제는 언론의 자유였다. 노회찬 대표는 “이나마 누리고 있는 언론자유는 수 십 년간 피와 땀으로 쟁취한 것”이라 강조한 뒤 “일부 언론은 스스로가 기득권이 되어 또 다른 기득권과 유착해 낡은 가치를 지키고 있다. 제 2의 언론민주화운동이 필요한 때다”라고 당부했다.

표창원 전 교수는 “KBS 새노조의 노력은 국민의 신뢰와 공정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언론인으로서의 마지막 발악”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파업이 끝나면 문제가 해결된 줄 안다. 공영방송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했다.

한편 기자·PD가 주요 조합원인 KBS 새노조는 지난해 3월 6일부터 95일간 총파업에 나서며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김인규 사장 퇴진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사장은 본인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났고, 김 사장과 함께 불공정방송의 중심에 있던 길환영씨가 새 사장에 올랐다. 김현석 KBS새노조위원장은 이날 자리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겠다고 했지만 못 이겼다. 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결국 승리의 기록으로 바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철학자 강신주씨는 “상황이 어려워도 우리는 싸움을 멈출 수 없다. 언론 자유는 한 번에 올 수 없다. 모 아니면 도를 선택할 수는 없다. 싸움에는 개도 있고 걸도 있다”며 게릴라 정신으로 언론자유 투쟁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연대는 게으름에서 온다”며 일을 대충하면서 삶에 여유를 가지라고 강조했다.

새노조는 2013년 주요 사업 계획으로 “이병순, 김인규 사장 시절 KBS 파괴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95일 파업을 향후 내부투쟁의 거름으로 삼을 수 있는 백서 및 화보 작업을 펼쳐나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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