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 선거개입 사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유일한 언론 창구인 서울수서경찰서 임병숙 수사과장은 수사 결과 발표 시점과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만 답변하고 있다.

관련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고, 사건 초기 피의자였던 김씨 이외에 김씨를 도운 흔적이 있는 또다른 피의자(이모씨)의 존재까지 확인됐지만 경찰 수사 모습은 조용하기까지 하다. 서울수서경찰서는 한차례 자진 소환해 조사를 받았던 이씨에 대해 아직까지도 추가 소환 조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면 말을 바꾸는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수서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의 휴대전화와 김씨 어머니 명의의 스마트폰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이씨가 직접 통화한 기록을 발견되지 않았고 이메일 계정에서도 이씨와 접촉한 흔적은 없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지인 관계라고 말해왔는데 사실상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다시 말해 두 사람 사이 별다른 관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정원이 이씨를 직접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에 있는데 둘 사이가 지인의 관계가 아니라면 둘을 소개해줬다는 제3의 인물이 의문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임병숙 수사과장은 하지만 “한 기자가 지나가는 말로 물어보길래 둘의 흔적이 잘 안 보인다라고 한 것을 그렇게 쓴 것”이라면서 흔적 여부에 대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둘의 진술이 거짓말이라면 둘을 소개시켜줬다는 제3의 인물을 수사하는 것이 수순이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수사계획이 없다.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서울 수서경찰서에서 3차 조사를 받은 뒤 변호인과 함께 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수사 내용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면서 오히려 의혹이 더욱 확산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활약했던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는 국정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또다른 아이디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국정원에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엘**’와 ‘내년****’이라는 아이디는 김씨의 아이디 11개, 이씨가 사용했다는 의혹의 30여개 아이디와 별개의 것이다. 두개의 아이디는 아이피 주소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아이디가 북한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이들의 아이디는 <안철수의 뿌리는??? 홍어냄새까 난당께>와 같은 제목의 글 등 야당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한 특징이다. 또한 ‘엘**’라는 아이디는 지난해 9월 19일 <이젠 전쟁도 네트워크 시대>라는 글을 올렸는데, 보배드림 사이트 ‘겨울***’이라는 아이디도 똑같은 제목과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 이외에도 같은 내용을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패턴과 유사한 흔적이다.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 국정원 작성글로 의심되는 아이디를 추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회원가입시기와 글 게시 타이밍, 아이피 주소로 봤을 때 김씨의 아이디와는 전혀 겹치지 않은 아이디 두 묶음이 또다시 발견됐다”면서 “김씨와 이씨 이외에도 또다른 제3의 제4의 인물이 추가적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이 여론 조작을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블로그의 존재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누리꾼은 김씨가 작성한 내용과 유사해 국정원의 작성글로 추정되는 게시물 흔적을 검색하던 중 똑같은 내용을 올린 한 블로그(무궁화******)의 존재를 알게 됐다.

추가 조사 결과 지난 9월 1500여개의 달했던 블로그 게시물은 800여개로 줄어든 상태였고 12월 7일 이후 활동을 멈췄다. 국정원 직원 선거 개입 의혹은 지난해 12월 11일 최초 제기된 바 있다.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도 김씨가 올렸던 게시물과 비슷하다.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은 “제가 보기엔 국정원 직원 및 알바들이 글을 쓰기 위한 데이터 베이스를 모아뒀던 것 같다”며 “삭제된 글을 살펴보면 국정원(김씨)이 썼던 글들이 떠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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