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론사 불법사찰의 배후로 지목되며 고소당했다. 퇴임 이후 9일 만에 첫 형사고소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의 머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며 기자회견을 연 뒤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은 노종면, 조승호, 임장혁 기자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에게 2천 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같이 제기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가장 공을 들여 사찰한 대상은 KBS, MBC, YTN 등 MB정부가 장악 대상으로 삼았던 방송사들”이라고 전한 뒤 “특히 YTN에 대한 사찰은 조직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며 YTN 장악이라는 사찰의 목적을 사장 교체, 간부 인사 개입, 노조 탄압 등으로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YTN 노조는 “1년간의 자체조사를 통해 총리실의 YTN 사찰문건을 11개나 찾았으며 사찰 가담자들을 중심으로 한 수천 건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사찰 조직과 최시중 등 방통위원들, YTN 핵심 간부들 간의 긴밀한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뒤 “사찰 문건에 적힌 BH(청와대) 하명, 민정2 하명이라는 표기는 YTN 사찰이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민간인 불법사찰의 머리로 지목하고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노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을 민간인 사찰이라는 불법 업무에 투입했다”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공정방송을 위해 YTN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오마이뉴스
 

이번 고소 건을 담당한 신인수 변호사는 “불법사찰에 나섰던 공무원들은 처벌됐지만 정작 이를 기획하고 집행한 사람은 처벌되지 않은 상태”라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신인수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횡령과 직권남용,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 방해, 개인정보 부당목적 사용, 업무방해 및 방송법 위반 등”이라고 전한 뒤 “이 전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자신의 비선조직으로 이용하는 등 세금을 사적 용도에 사용하고 공무원을 친위조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욱 YTN노조위원장은 “모든 정황이 이명박 대통령이 머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검찰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은폐수사를 해선 안 될 것”이라 강조했다. 김종욱 위원장은 이어 “해직 사태 4년 5개월 장기화의 책임을 갖고 있는 배석규 사장과 그 부역자들 또한 처벌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전 YTN노조위원장)는 “불법사찰의 산물로 현재 배석규 경영진이 들어섰기 때문에 해직사태는 해결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고소를 계기로 YTN노사관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사 사찰에 관여했던 공직윤리지원관실 전용진 주무관은 검찰 진술에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건은 각 방송사의 간부급 직위에 누구누구를 교체하고 그 자리에 누구를 앉혀야 하는지 명단과 그 이유를 적시한 것”이라 밝혀 청와대가 방송사 인사에 관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YTN노조는 2009년 8월 4일 당시 YTN 사장대행이었던 배석규 현 사장이 임장혁 기자를 대기발령 내고 돌발영상 제작을 중단시키는 등 일련의 공정방송 탄압으로 인해 청와대로부터 신임을 얻고 연임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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