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이름이 오른 사실을 공개한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던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증인출석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 모든 소를 취하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장씨가 자살 배경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던 2009년 3월 이후 4년 여 만에 장씨 죽음의 진실은 이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방상훈 사장은 지난 달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재판에 두차례 증인출석 명령을 받고도 불응해 오는 3월 25일 재차 소환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 의원의 변호인단은 이미 이번에도 나오지 않을 경우 강제구인장 발부를 요구할 작정이었는데, 28일 조선일보가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28일 오후 ‘알려드립니다’라는 자료를 내어 최근 서울고법 민사13부가 판결문에서 고 장자연씨와 방 사장이 관련이 없다고 판결한 대목을 들어 “재판부가 ‘허위에 근거한 명예훼손 행위’라고 판결함에 따라 이 사건과 관련된 일체의 법적 쟁송을 일단락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당초 조선일보와 방 사장이 고 장자연씨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방송사와 정치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연예인과의 의혹 제기와 일방적인 비방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는데 본뜻이 있었다”며 “이 판결을 통해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은 허위 사실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이상, 진실 규명이라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고 장자연씨
©연합뉴스
 

조선은 “이에 조선일보와 방 사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위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형사1심과 민사1심 사건도 모두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도 소송을 당한 이들에게 “지난 4년간 허위 사실로 조선일보와 방 사장을 비방하고 공격했던 매체들은 앞으로 법과 상식에 따라 책임있는 행동을 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앞서 방상훈 사장과 조선일보는 지난 8일 KBS, MBC,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를 상대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상대로 낸 손배소 항소심 재판에서 모두 패소했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13부는 “피고들은 공익성, 상당성 등 위법성 조각 요건을 갖춰 일부 허위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KBS MBC 김성균 판결),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의견을 말했을 뿐)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이지 않는다”(이종걸 이정희 판결)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KBS MBC 김성균씨 판결문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고 장자연씨나 소속사 전 대표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나아가 술접대 내지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임이 입증됐다’, ‘피고들이 방송이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허위 사실에 근거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종걸 의원의 변호인인 안상운 변호사는 28일 무리하게 소송을 건 것을 이제라도 취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진실을 규명하는 절차가 종료하게 돼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안 변호사는 “애초 오는 3월 말 재판에서 재판장이 강제구인 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방 사장이 법정에 나와 본인과의 관련성이 있든 없든 알고 있는 얘기를 통해 진실규명할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소를 취하해 안타깝게 됐다”고 밝혔다.

방 사장이 소를 취하한 28일은 애초 지난 8일 서울고법 판결 결과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이었다. 조선은 마지막날 대법원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사건을 일단락한 것이다.

이종걸 의원 재판과정에서 1년 여 전 장자연씨 매니저가 방상훈 사장의 아들 방정오씨와 룸살롱 술자리를 한 적 있다는 증언을 해 여전히 의혹은 남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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