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운동진영은 지난 5년간 1987년 민주화이후 가장 치열하게 싸웠다. 노조는 대량해고사태를 겪었고 노조위원장이 구속되는가 하면 초유의 가압류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고 모든 전략과 전술을 다 썼지만 표현의 자유를 확장시키거나 공영방송을 지켜내지 못했다. 열심히 하고도 욕먹고 졌다”며 지난 5년을 평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명박정부 언론운동을 반성하는 지점은 다양했다. 언론노조의 경우 2012년 활동보고에서 “조합원 대중 동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파업 복귀 시 정치적 합의가 사문화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대선국면에 대한 안이한 정세인식 가운데 우리의 실천은 그저 과거의 양태들을 답습하기에 급급했다”며 반성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17일 성명을 내고 “투표로 언론자유의 종말을 막아 달라”고 했었다.

이강택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선거판만 바라보며 (선거결과에 따라) 쉽게 풀리지 않을까 하면서 몸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고 반성했다. 이어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부수고 나가는 싸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오래된 습관’ 중 무엇을 어떻게 성찰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누구도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언론시민사회가 느낀 반성의 지점은 어떨까. 전규찬 대표는 “운동과 대중간의 심리적 간극이 있었다. 노조는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운동진영이 갖고 있던 한계에 비해 잘 싸운 5년이었지만 파업 조합원 외에는 힘을 모으지 못했고, 상황에 이끌려가며 의제를 스스로 설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지적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지난해 파업에 참여했던 한 언론사 조합원은 “KBS·MBC·YTN·연합뉴스 등 파업사업장을 제외하곤 다른 언론사가 연대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일명 ‘뻥 파업’을 그만 하고 일반 조합원의 수준에 비해 턱없이 과도한 언론노조 슬로건을 재조정해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파업 참가 조합원은 “투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외주제작사를 언론운동의 한 진영으로 포괄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7월 22일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가운데), MBC 이근행 본부장, SBS 심석태 본부장 등 조합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여당 의원들에게 미디어법 처리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해 앉아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운동진영을 바라본 ‘제 3자’의 평가는 가혹했다. MBC파업을 지지했던 시청자 이희연(30)씨는 “너무 오랫동안 파업했는데도 노조가 얻은 것 없이 끝난 걸 보면 시민들이 예전처럼 연대를 해야 한다고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그 배경으로 “요즘 기자들을 보면 자신들을 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직장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사 노조는 시민들로부터 투쟁하는 주체라기보다는 특혜를 누리는 계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사장교체 운동도 외부에서 봤을 때는 사내 세력관계 투쟁으로 보였다”고 지적한 뒤 “(언론운동이) 시민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언론인 스스로 직업적 기득권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며 정치·자본·개인적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이 정치·자본권력을 쫓는 기득권으로 대중에게 인식될수록 운동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대중적 신뢰’를 얻을 수 없어 결국 공멸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와 함께 언론노조와의 연대에 소극적이었던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방통위원으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해내지 못한 야당 측 김충식·양문석 위원, MBC경영진의 ‘전횡’에 속수무책이었던 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측 이사 등 언론 및 시민운동 출신의 인사들 또한 지난 5년 간 의례적 반발에 그쳤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다시 보수정권 5년을 맞이하는 언론운동진영에게 ‘투쟁경험 자체가 유의미하다’는 식의 자족적 평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언론운동이 5년 후를 기약하기 힘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각 운동주체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냉정한 자기 반성 위에서 이기는 투쟁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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