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박근혜 정부의 시작과 함께 언론운동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전국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언론운동진영은 이명박 정부 5년간 언론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언론자유를 위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며 연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언론운동진영은 이명박 정부 동안의 언론운동을 크게 3기로 나눠 평가하고 있다. 1기(2008년~2009년)는 보수언론의 신문방송겸영 허용에 반대하는 법개정 반대 투쟁을 주요하게 진행하는 가운데 공영방송사의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전개하는 시기였다.

이 시기에 YTN기자 6명이 해고됐고 정연주 KBS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권에 의해 쫓겨났다. 신방겸영을 골자로 한 미디어법은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7월 22일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가운데), MBC 이근행 본부장, SBS 심석태 본부장 등 조합원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여당 의원들에게 미디어법 처리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설득하기 위해 앉아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09년 7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 속에 방송법 개정안이 재투표 결과 통과 되었음을 선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2기(2010년~2011년)는 보수언론의 종합편성채널이 각종 특혜 속에 탄생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시기였다.


MBC는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며 방송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의 위기를 맞았다. 이 와중에 미디어렙법안을 두고 MBC노조 서울본부가 이강택 위원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등 언론노조는 내부 갈등에 흽싸이기도 했다.

3기(2012년)는 언론사 연쇄총파업(MBC·KBS·YTN·연합뉴스)시기로, 언론장악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사상 유례가 없는 장기파업이 진행돼, 국민의 상당한 지지가 이어지면서, 언론운동이 언론계를 넘어 전 사회운동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파업에도 낙하산 사장 퇴진과 같은 가시적 성과는 이뤄내지 못했다. 이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의 재집권이 이뤄지면서,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언론운동 역시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언론사 노조 및 조직화된 시민의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되는 위기국면을 맞이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지금은 언론운동이 고립되거나 해체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라며 “대중의 냉담과 회의는 지속될 것이다. 우선은 고립되지 않도록 바닥에서부터 언론인 내부의 대화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성남 신임 언론노조위원장도 “언론노조로서도 지금이 가장 취약한 시기다. 지난 5년간 다양한 투쟁과 갈등 속에 고지전을 벌였다면, 앞으로 2년은 진지전이 될 것”이라며 힘든 싸움을 예고했다. 강 위원장은 “산업적 측면이든 사회적 위상이든 모든 면에서 신문과 방송이 위축되어 가고 있다. 각 사에서 개별적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언론노조에서 언론의 신뢰위기를 두고 큰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할 것”이라 밝혔다.  

 

   
언론노조는 지난 2011년 12월 1일 종편 개국 행사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종편 청문회와 미디어렙 입법을 촉구하는 총파업 투쟁을 벌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양승동 전 한국PD연합회장(KBS PD)도 “언론인들은 5년간 선명하게 싸웠지만 제작과 보도 현장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고 말한 뒤 “지금은 싸웠던 경험들을 발효시켜 한 단계 더 성숙한 언론인으로 재탄생해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언론운동진영의 우선적 과제는 이명박정부의 ‘유산’에 해당하는 낙하산 사장 퇴출과 해직언론인 복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로의 방송정책 이관을 둘러싼 정부조직개편 문제가 당장의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하지 않아도 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로 사실상 공보처를 부활시키려 한다. 당장 정부조직개편부터 언론자유가 말살될 위기가 보인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내내 목말랐던 비판언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났던 <나는 꼼수다>로 대표되는 시사팟캐스트 열풍과 언론해직자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뉴스타파> 등 대안대항언론운동의 불씨를 살려가는 것도 언론운동진영 안팎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언론운동진영의 향후 정책적 과제로는 종편특혜 문제의 해소,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등도 제시되고 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제도와 정책으로 미디어공공성을 갉아먹고 들어올 권력에 대항해 싸우며 지성의 바리케이트를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3월 8일 방송3사 공동파업 집회 'K파업스타'가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렸다. 언론노조 KBS, MBC, YTN, SBS, 국민일보 노조위원장들은 무대에 올라 공정방송 회복, 낙하산 사장 퇴출 시킬때가지 파업과 연대를 멈추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해 12월 5일 언론 3단체 대표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언론 민주주의 회복 선언식'에서 선언문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또한 비정규직 언론노동자의 조직화 또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언론노조는 지난 파업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방송사에서 절반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외주제작사들의 존재, 작가·FD 등 다수의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작업체계 등 여러 부문에 대한 조직화와 공조체제 구축이라는 해묵은 조직적 과제를 더 이상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새 정권을 맞으며, 그동안 언론운동진영 내 존재하고 있는 인적·조직적 갈등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연대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년 간 언론운동진영 내에서는 KBS수신료·미디어렙법 등 정책 이슈에서 이견이 발생해 언론단체간, 노동조합간의 갈등을 겪은 데 대한 반성이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감정을 계속 갖고 있을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한가롭지 않다. 미디어운동 내부의 이견으로 치고 받을 때가 아니며, 과장된 갈등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최근 신뢰를 회복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신태섭 민언련 대표도 “과거의 앙금이 있다면 다 잊고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만큼 심기일전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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