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TV(가) 준비위원회가 ‘이건희 광고’를 싣기 위해 복수의 일간지와 접촉했으나 일부 매체가 문구 수정을 요청하거나 광고 자체를 거부했다. 해당광고는 최대 광고주 삼성그룹 총수를 언급하면서 삼성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겨레는 ‘삼성광고를 받는 모든 매체에 대해 부도덕하다는 취지의 일부 광고문안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고, 국민TV측에서 박근혜 광고를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22일 국민TV 준비위 조상운 사무국장과 한겨레의 말을 종합하면, 준비위는 지난 15일 조합원 모집 광고에 이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2차 광고를 준비했다. 준비위는 18일 한겨레 애드국을 만나 이 광고를 19일자 지면에 내보내려고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광고 문안을 본 한겨레 애드국 관계자는 ‘삼성 광고를 받는 언론사는 부도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문구 수정을 요청했다. 2차 광고는 <박근혜 당선인님, 우리도 ‘구국의 혁명’ 하렵니다> 제하 제목 광고로 바뀌었고, 한겨레는 21일자 1면 하단에 이 광고를 게재했다. 다른 일간지에는 아예 싣지 못했다.

국민TV 준비위가 게재하지 못했다고 밝힌 광고는 <이건희 회장님, 죄송합니다>이다. 일종의 의견성 광고로 삼성 등 기업광고를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준비위는 이 광고에서 “삼성의 막대한 광고는 한국 언론을 살찌게 했으나 한편으로는 한국 언론을 우둔하게 했습니다”라면서 “비판적 국회의원 배지마저 앗아갈 수 있는 거대 권력으로서 삼성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이름없고 힘없고 가난한 노동자의 고통 또 죽음을 못 보게 만들었습니다”라고 ‘삼성공화국 한국’을 비꼬아 비판했다.

준비위는 이어 국민TV가 자본과 광고의 영향력을 배제한 협동조합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준비위는 이건희 회장을 향해 순환 출자, 계열사 지분세탁, 총수 지배력 강화 등을 언급하며 “회장님 개인의 국민TV 가입을 환영한다”면서 “미디어협동조합에서 참된 경제민주화를 맛보라”고도 했다. 준비위는 블로그에서 광고를 내려고 몇 군데 중앙일간지와 접촉했지만 ‘삼성 눈치 보여 못 싣겠습니다’를 뺀 온갖 구실의 사유로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 국민TV준비위는 블로그에 게재하지 못한 이건희 광고시안을 공개했다. 광고시안 중 일부.
 

조상운 사무국장(국민일보 해직기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복수의 종합일간지 실무자와 이건희 광고로 접촉했지만 이들이 광고시안을 본 뒤 ‘위에 보고해도 광고 게재가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들이 밝힌 이유는 ‘삼성 광고를 싣는 매체가 진정한 언론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조상운 사무국장은 광고 취지에 대해 “한국언론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고, 광고 때문에 보도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체에 대한 비판으로 독해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반응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실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으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국민TV는 한겨레가 삼성 눈치보느라 광고를 받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삼성 광고가 언론을 우둔하게 했고, 노동자의 고통과 죽음을 못 보게 만들었다는 문안이 모든 언론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으로 보였고, 한겨레와 진보언론 전체를 매도하는 표현 때문에 수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 당시, 국민TV에서 우리가 요청한 내용을 이해했고 다른 광고 문안을 가져왔다”면서 “광고대체는 쌍방이 협의를 통해 조정한 것인데 또 다시 블로그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글을 게시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국민TV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뜻을 밝혔다.

한편 국민TV준비위는 오는 3월 3일 창립총회를 연 뒤 본격적인 조합원 모집에 들어간다. 조상운 사무국장은 “지금보다 광고가 더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조합원 모집을 활성화할 수 있는 광고문안과 방법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2월 21일자 1면에 실린 국민TV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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